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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서울인구심포지엄' 출발에 즈음하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3 17:09

수정 2017.11.13 22:43

[fn논단] '서울인구심포지엄' 출발에 즈음하여

인구문제를 토론하는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콘퍼런스(대회)는 어디일까. 솔직히 얼른 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동안 인구를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나 토론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일회적이고 특정지역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 위상을 갖지 못했던 탓이다. 인구격감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크나큰 영향을 생각해볼 때 어찌 관련 대회 하나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인간만사 등잔 밑이 어둡고, 이익이 안 남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법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럴진대 우리나라 대표 경제언론인 파이낸셜뉴스가 이번에 큰맘 먹고 '제1회 서울인구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매우 뜻깊고 시의적절한 일이라 보여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인구감소로 애를 태우는 대표적 국가로서 차제에 이번 행사를 세계적 인구토론의 장으로 키워간다면 그 모양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금융이나 보험업은 물론이고 가방이나 석유 등 실물경제 아이템들도 대표적인 엑스포 혹은 콘퍼런스를 한두 개씩 다 가지고 있다.
각 분야 업체들은 그런 대회를 통해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하며 업계 새 동향을 수용하고 또한 차년도 경영의 향배를 가늠하곤 하는 것을 본다. 인구문제에 관한 한 이런 국제적 콘퍼런스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인류문명 차원의 인구증감은 물론 각 대륙의 인구구조를 점검하고 더 나아가 각국의 성공과 실패를 공유한다면 그 어느 엑스포 못지않게 크나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인구문제는 갈수록 비관적인 의견이 세를 얻고 있다. 돈으로도 해결 안 되며, 백가지 처방이 있어도 불감당이라는 냉소주의가 중세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 정책을 선도하는 관계자들이 정례적으로 모여 정책적 좌표 설정을 토론하는 장을 갖는 것만으로도 정말이지 든든한 일이다. 그뿐이겠는가. 잘만 운영하면 이 대회는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들이 총집결해 학술토론의 의제를 선도하는 장이 될 것이다. 또한 각국의 공무원과 학자가 정책효과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정책제련소가 될 것이며, 정부 관계자와 비정부기구(NGO) 등 관계자 간의 협업이 촉진되는 것은 짭짤한 부수입일 것이다.

필자가 자주 언급하지만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저출산의 뿌리가 깊고 질긴 곳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출산할 맘이 도무지 안 나는 사회이며, 재정지원도 시작 단계에 불과한 형편이다. 우리가 자녀양육지원을 좀 하는 사회라는 생각은 무지 중의 무지일 뿐이다. 지난 십수 년간 쏟아부은 관련예산이 80조원이라는 둥 지자체마다 매년 출산장려책을 발표해도 출산율은 요지부동이라는 푸념은 필자가 보기에는 돈 안 들이고 효과를 보려는 얕은수에 불과하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진단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저출산 문제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 대회가 출범해 이런 각종 무지와 편견을 바로잡고 필요한 정책적 일보를 내딛는 정론(正論)이 생성되는 생장점(生長點)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그래도 해볼 만한 싸움을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앞으로 몇 년 후 '서울인구심포지엄'이 전 세계가 기다리는 국제 콘퍼런스가 되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 대회를 함께 준비하는 필자의 소망이자 우리 모두의 기원일 것이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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