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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퇴직공무원의 사회공헌 '노하우플러스'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2 17:00

수정 2017.11.12 17:00

[차관칼럼] 퇴직공무원의 사회공헌 '노하우플러스'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를 넘어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14.0%(8월 말 기준)를 넘어섰다. 빠른 고령화는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공무원의 퇴직이 늘고 있다. 공직을 떠난 퇴직자는 지난해 3만8398명에서 올해 4만910명, 2018년 4만2361명, 2019년 4만5673명 등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퇴직자의 자리는 신규 공무원이 채우겠지만 공직을 떠나는 그들이 수십년간 쌓았던 경륜과 전문성은 대신할 수 없다. 게다가 공무원의 평균 퇴직연령은 52.7세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기대수명(82.6세)과 차이(30년)도 문제지만, 공직사회의 우수한 자원이 조기에 사라지는 국가의 인적손실과 행정서비스의 공백은 더 큰 문제다.

공직 사회 일각에서는 행정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공공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퇴직공무원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퇴직공무원의 전문성을 행정 각 분야에 되돌릴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게 됐다. 그동안 퇴직공무원의 은퇴생활에 맞춰왔던 정책의 기조를 국가인적자원의 관리, 활용이라는 측면으로 확대하고 이를 정부 인사관리 영역에 포함시킨 것이다.

평생 소방공무원으로 국가의 안전을 위해 봉사했던 퇴직자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안전교육 강사로, 안전점검 인솔교사와 응급구호교육 등 다양한 안전전문 활동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법무 또는 청소년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던 퇴직자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감소, 나아가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하는 피해 학생들의 도우미로 마음껏 '전문성'을 휘날리고 있다. 전문가의 '손길'이 턱없이 부족했던 '문화재 관리'에도 이들의 '경륜'이 빛을 발하고 있다. 평생 문화재 관련 업무로 쌓은 현장 경험과 노하우, 문화재에 대한 꼼꼼함과 애정은 '문화재 돌봄 컨설턴트'로 변신해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아가고 있다.

이처럼 현직 공무원이 직접 수행하기 어렵고, 민간이 대신할 수 없는 분야에서 퇴직공무원의 전문성과 경험은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행정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을 올해 23개 사업(36개 세부사업), 208명의 인력으로 본격 시작해 연말까지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명칭은 국민 덕분에 이룰 수 있었던 퇴직공무원들의 공직 경험과 전문성을 '더 나은 행정서비스'로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의미에서 '노하우플러스(Knowhow+)'로 정했다. 정부는 철저한 점검, 평가를 통해 성과가 우수한 사업은 더욱 활성화하는 등 노하우플러스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퇴직공무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기반인 '퇴직인력뱅크 구축'도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노하우플러스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퇴직공무원의 경쟁도 치열했다는 점이다. 208명을 뽑는 올해 첫 사업에 714명이 응시(3.4대 1)해 필자가 참여했던 선발위원회에 '고민'을 안기기도 했다.
높아진 공무원의 인기만큼 노하우플러스 사업도 참가자의 의욕과 국민에 대한 고품격 행정서비스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며, 사회문제인 '고령화'와 국가인적자원 손실의 대안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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