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현장르포] 백팩 메고 청년고용현장 찾은 기재부·일자리위 공무원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5 17:08

수정 2018.02.04 17:49

서울공고·산단공 찾은 정부 '일자리 카라반' 1박2일 동행
지난 3일 정부 '일자리 카라반(현장방문단)' 공무원들이 서울 가산동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해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 '일자리 카라반(현장방문단)' 공무원들이 서울 가산동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해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현장실습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섭외하나요", "학생들 임금은 어느정도인가요, 정부 재정에서 지원은 되나요", "학생들의 취업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나요"
지난 2일 오전 11시께 서울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에 기획재정부, 중소기업벤처부, 일자리위원회 등 중앙부처 공무원 6명이 청바지에 가벼운 외투를 입고, 백팩을 멘 채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 일자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의 중소기업 및 청년고용 정책 등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가동되고 있는 정부 '일자리 카라반(현장방문단)' 1박2일 일정이 서울공고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곧장 본관 1층 교장실로 이동한 이들은 이 학교 전병현 교감을 비롯한 서울공고 교사 4명과 신소재금형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상준군 등 학생 3명과 마주앉았다. 점심을 곁들이며 비교적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1시간 30여분간 진행된 대화였지만 양측은 모두 취업연계 프로그램 전반에 관한 질문 공세를 쏟아냈다.


가장 먼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제도의 기업매칭과 관련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4년 시행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제도는 기업체와 협약을 맺어 고교 2학년부터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 제도다.

전문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박형모 교사가 "현재는 교사들이 직접 기업들을 발굴부터 매칭까지 전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행정지원인력도 부족하다. 손이 부족하다보니 일선 교사 뿐 아니라 교장과 교감까지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입을 떼자 펜을 든 방문단의 손이 바빠졌다.

박 교사는 "숙련되지 않은 학생들이다보니 기업들을 섭외하기가 만만치 않다. 채용중개사이트나 기업들이 소속된 각종 협회를 통해 기업들에 접촉하더라도 현장실습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직접 만나는 곳은 10곳 중 2~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역사가 오래돼 기업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우리 학교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도제학교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제도 시행 후 정부의 홍보가 부족해 기업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전병현 교감은 "현재는 도제학교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에게는 사실상 메리트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기업을 선택할 때 기숙사 유무가 중요한 고려요인"이라며 기숙사 확충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어느덧 예정된 시간을 넘어섰다. 방문단은 빼곡히 채워진 메모장을 덮은 후 서둘러 택시를 타고 다음 장소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공단(산단공)으로 이동했다. 이번 일정은 산단공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와 현장방문이 예정돼 있다. 20여분간의 간략한 현황 설명을 하고, 방문단과 마주한 입주기업 대표들은 기다렸다는듯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과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엔티시스의 김대진 대표는 지난해 국방부가 발표했던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폐지로 인한 인력수급의 어려움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도제학교 제도를 신청해 학생들을 채용하더라도 남자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병역이다. 졸업 후 2년 정도 훈련을 시켜야 개발감각을 익힐 수 있는데 병역을 마치면 회사에 복귀한다는 보장이 없어 채용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병역특례로 들어왔던 우수한 인력들이 빠지는 것도 문제다. 또 훈련 기간은 기업 입장에서 투자하는 것인데,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대학생을 쓰지, 굳이 고등학생을 쓸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쉽게 채용과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운전자용 모바일 정보 서비스업체 카이즈의 이상근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짧은 시간에 실력을 알기 쉽지 않다. 적어도 3개월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번 채용하게 되면 사실상 망하기 전까지 끝까지 채용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고 호소했다.

지난 3일 정부 '일자리 카라반(현장방문단)' 공무원들이 서울 가산동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해 입주기업 관계자로부터 기업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3일 정부 '일자리 카라반(현장방문단)' 공무원들이 서울 가산동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해 입주기업 관계자로부터 기업설명을 듣고 있다.
자리를 옮겨 스타트업 기업 5곳과 일반기업 2곳에서 온 대표·직원 10명과 방문단이 두 시간에 걸쳐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맥주 한 잔씩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소 어색했던 첫 분위기 대신 직원들은 중소기업이 겪고있는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 직원은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자유롭게 이직하는 분위기"라면서 "병역특례가 인력 뽑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없어진다는 말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대기업은 교육, 훈련, 복지 등 모든 측면에서 중소기업보다 월등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 후 박상영 기재부 포용성장과장과 유형세 사무관은 따로 저녁 장소에서 2km 가량 떨어진 서울디지털드림타운으로 향했다. 직접 기숙사에서 묵으면서 현장 분위기와 시설을 체험하고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1인실과 2인실로 구성된 이곳의 전체 거주 가능인원은 600여명이다. 관리비는 30만원 정도다. 간혹 온가족이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숙사 복도 양끝으로 빽빽하게 줄지어진 방은 다소 답답한 느낌을 풍겼다.

유 사무관은 "공장들이 들어찬 공단 특유의 분위기는 있었지만 기숙사 주변에 운동장과 편의점 등이 잘 갖춰진 편"이라며 "방은 11평이지만 체감으론 5~6평 정도로, 혼자 살기에 딱 맞을 정도였다. 보일러가 잘 작동해 방이 따뜻했다"고 전했다.

박 과장은 "전국의 산단마다 최소한 이 정도 시설의 기숙사가 있다면 중소기업 근무환경이 한층 나아질 것"이라며 "정부도 산업단지 편의시설 확충사업 등을 통해 기숙사 시설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기숙사를 나와 한참을 걸어서야 간신히 택시를 타는데 성공했다. 목적지인 관악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향하는데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예상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유 사무관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기숙사가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주로 토로한 불만은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 대한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잡코리아, 사람인 등 민간 취업사이트와 비교할 때 불편한 인터페이스, 구직자·구인기업들의 부정적 인식, 까다로운 검증절차 등의 문제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박2일 일정의 마지막은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햇님어린이집 견학이었다.

방문단이 어린이집 현황에 대해 묻자 햇님어린이집은 대기자가 있기는 하지만 7세반은 오히려 정원수를 못채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모들은 주로 '집, 직장과의 거리’나 ‘평판’에 따라 어린이집을 정한다고 한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인기가 있는 건 정부의 관리감독이 사립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박 과장은 "듣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큰 짐으로 다가온다"면서도 "좋은 정책을 통해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