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美 재무부 ‘환율보고서’… 韓, 환율조작국 지정 피했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8 17:30

수정 2017.10.18 21:45

이번에도 ‘관찰대상국’ 불씨 여전
작년 4월부터 4차례나 지정.. 美 기준 완화땐 재지정 우려
외환시장 개입 투명성 권고에 외환당국 운신 폭 좁아질 듯
美 재무부 ‘환율보고서’… 韓, 환율조작국 지정 피했다

한국이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한시름 놓았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앞선 세 차례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환율조작국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18일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미 재무부가 종합무역법 상의 환율조작국 또는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한 국가는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중국도 여기에서 빠졌다.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교역대상국을 분석한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 요건은 충족했다.

미 재무부는 평가기간 중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5.7%, 대미 무역흑자는 220억달러로 평가했다.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에 대해 미 재무부는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완만하게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순매수개입 규모를 줄였다"고 적시했다. 평가기간 중 한국의 매수개입은 49억달러(GDP 0.3%)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환율조작국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막는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환율조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무역협정을 맺을 때 환율조작국의 통화가치 저평가, 경상수지 흑자 시정 노력 등을 연계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조치들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파장,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등으로 벼랑끝으로 몰리던 한국으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4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첫 발행한 지난해 4월부터 이번까지 총 네 차례의 보고서에서 매번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관찰대상국은 미국이 해당국의 환율관리를 주시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해당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 기준을 완화한다면 한국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기존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다시 환율조작국 문제에 우리가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환율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점도 부담이다.
환율이 요동칠 때 우리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 요인이다.

한편, 환율조작국 지정을 면한 한국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19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앞두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자국 세탁기 산업보호를 위해 필요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서를 ITC에 제출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