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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저비용항공사, 무한경쟁이 답인가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7 16:58

수정 2017.10.17 16:58

[차장칼럼] 저비용항공사, 무한경쟁이 답인가

산업성장의 대전제는 시장논리와 국민안전 사이의 균형감각이다. 돈벌 수 있는 곳에 돈이 몰리는 자본집중 논리에 치우치면 무한경쟁에 빠져 자칫 안전불감증에 빠질 수 있다. 버는 만큼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기체의 결함.장애, 조종사 실수 등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항공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고선 시장논리를 논할 수 없는 분야다.
사업성보다 안전이 영순위인 산업이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 신규허가 논란의 과정을 보면 선후가 바뀌었다. 수요 증가로 사업자를 늘리면 가격경쟁이 벌어져 소비자 편익이 확대된다는 시장논리와 치적을 쌓기 위한 지자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그러나 국내에 전무한 LCC 항공정비시설(MRO) 확보와 조종사 인력난 해소 없이 플레이어만 늘리면 위험에 노출되는 건 소비자다.

실제 최근 5년간 국적항공사의 항공 안전장애 발생건수는 총 762건에 이른다. 이 중 항공기 고장.결함.파손 등이 518건(68%)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조종사가 비행조종장치를 잘못 설정한 아찔한 사례도 105건(13.7%)에 달한다.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우다.

LCC가 더 늘면 수치의 향방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국내 MRO 부재 등으로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 LCC들이 중국 등 해외원정 정비로 떠돌이 신세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국내 MRO 설립은 대부분 좌초되거나 복병을 만나 올스톱됐다. 답답해진 LCC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국제공항에 MRO 격납고 구축에 나선 게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격납고 규모는 두대 정도이고, 주로 일반 정비다. 현재 LCC 6개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총 115대로 대형 국적항공사 계열의 LCC를 제외해도 70대가 넘는다. 하루 2대꼴로 잡아도 모두 정비를 받으려면 두달이 넘는다. 항공기 동체를 완전히 해체해 재조립하는 중정비는 해외원정에 변함이 없다.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중국 등이 빼가기 바쁜 조종사는 인력난이 더 악화될 게 자명하다. 인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지난달 27일 국토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존 항공사들이 LCC 신규 면허 신청업체 2개사와 치열한 설전을 벌인 주요 지점이다. 주력 기종이 겹쳐 신생업체들이 조종사를 빼갈 수밖에 없는 구조도 한몫했다.

LCC업계에 당장 필요한 건 국내 MRO 확보와 조종사의 원활한 수급이다. 사업자 확대는 이를 해결한 뒤 고민해도 늦지 않다.

LCC 신규허가 심사기간이 잇달아 연장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전반적으로 LCC업계가 안정적 성장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업체들의 기득권 보호가 아니라 국민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안전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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