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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7 16:58

수정 2017.10.17 16:58

[여의나루]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험

스타벅스는 커피만 즐기는 곳이 아니다. 고객은 스타벅스의 편안한 분위기와 자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적 디지털기업인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고객들은 다양한 영화와 음악만을 즐기려고 여기에 가입하지 않는다. 개인별로 최적화된 추천 콘텐츠를 어디서든, 언제든,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은 기꺼이 이곳에 비용을 지불한다.

산업혁명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경제적 가치는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과거 물건을 잘 만드는(Make Goods) '산업경제' 시대에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Deliver Service)하는 '서비스경제' 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기에는 새로운 경험(Experience) 제공이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경제현상을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라고 부른다.

체험경제는 전통적 공급자 중심의 재화·서비스 생산, 판매에서 수요자의 경험, 느낌, 인상 등 경험에 따른 가치를 최종 성과로 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경제하에서는 이런 '디지털경험(Digital Experience)'이 주력상품이 되고 상품으로써 '디지털경험'의 경쟁력이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 문화콘텐츠의 하나인 음악을 예로 들면 수십년간 클래식, 팝, 재즈 등 장르별 음악 소비가 주류였다. 이제 음악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간, 장소, 날씨, 분위기, 개인 선호에 따른 추천음악 큐레이션으로 완전히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체험기반 소비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최근 거대기업인 구글, 아마존 및 국내 통신사와 포털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AI 음성비서 서비스 확대는 이런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본 사례들이다.

체험경제에서 인간의 오감을 최대한 활용하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과 같은 디지털실감기술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게임과 같은 개인용 콘텐츠 시장은 물론 수술, 원전 운영, 건설현장과 같은 산업현장에서도 디지털실감기술 도입 사례들이 확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질적·양적 경쟁력보다 이용자와 소비자가 느끼는 인상적이고 특별한 디지털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체험경제다. 일상적 경험을 특별하게 하고, 특별한 경험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증강.가상현실, 인공지능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이며 이를 산업화하는 것이 디지털콘텐츠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과 체험 중심의 경제가 불러올 큰 변화의 중심에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콘텐츠 시장을 예측하고 혁신적 디지털콘텐츠기업과 플랫폼 탄생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 전 세계 고객에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면서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부상했듯이 충분히 디지털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경험과 자산이 우리에게 있다.
디지털실감기술을 선점한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기업에 맞서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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