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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최한석 농촌진흥청 박사 "효모 국산화, 우리 술 품질 높였죠"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20:19

수정 2017.10.16 20:19

[fn 이사람] 최한석 농촌진흥청 박사 "효모 국산화, 우리 술 품질 높였죠"

"수입 술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단순히 무역적자 증가의 측면으로 볼 문제는 아닙니다. 술을 만드는 원료인 농산물, 공장의 일자리, 각종 부수적인 자재산업도 함께 수입되는 거죠. 무엇보다 그 나라의 주류 문화도 수입되면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본 술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일본식 선술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한석 농촌진흥청 박사(사진)는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주막에서 주모가 만든 술, 집안 고유의 비법으로 만든 가양주, 궁중술 등 일제강점기를 거쳐 사라졌던 300여종의 전통술 가운데 15종의 술 복원에 성공했다. 이렇게 복원된 술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유통기한을 늘리고 품질을 향상시켰다.
특히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오래 숙성될수록 좋은 맛과 향기를 갖출 수 있도록 약주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안 좋은 맛과 향기를 제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최근 그가 시작한 연구는 술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의 국산화다. 수입 효모는 가격이 비싼 데다 외국 술의 특성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우리 술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 실제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증류식 소주용 효모가 없어 수입 효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일제강점기 주세법과 근대화 시기 양곡관리법에 의해 주류 연구가 크게 위축됐던 탓이다. 발효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모로 술의 맛과 향이 사실상 결정된다는 점에서 발효 기술은 술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증류식 소주는 산의 함량이 높아 생산환경에 적합한 효모가 필요합니다. 국내 10종의 재래누룩을 샅샅이 뒤져 산 함량이 높은 조건에서도 발효력이 높은 효모를 찾아냈어요. 이를 증류식 소주에 사용해 품질은 높이고 생산비용을 30%가량 낮췄죠."

최 박사는 앞으로 국산 쌀, 보리 등 곡물을 활용한 주류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식용 알코올은 농산물을 발효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술 소비는 곧 농산물 소비로 연결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원료는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서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 발효 원료로는 동남아 원산지의 타피오카가 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통주 양조업체는 대부분 영세해 투자 여력이 없고 디자인 및 스토리 개발 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여러 업체가 조합 구성을 마치고 공동으로 생산과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제품 생산비용은 낮추고 브랜드 인지도는 높일 수 있죠.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외국 술에 대항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술을 세계에 알려 수입국가에서 수출국가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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