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유령위원회 80개나 되는데 '기능 중복된 위원회' 신설… 세금 낭비 논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7:51

수정 2017.10.16 22:10

文정부 위원회 556개 중 40% 연간 2회 이하로 회의 개최
연 5회도 열지 않은 위원회 320개로 절반 이상 해당돼
유령위원회 80개나 되는데 '기능 중복된 위원회' 신설… 세금 낭비 논란

정부가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면서 기존 비슷한 역할을 하는 위원회 정비를 늦추고 있다. 위원회 중복 논란과 함께 그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행정기관의 위원회는 총 556개다. 이 중 80여개는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회의도 열지 않은 유령 위원회다. 단 한 차례만 회의를 개최한 곳도 71곳에 달했다. 정부는 사회문제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행정기관 내 위원회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지만 만들어놓고 회의도 하지 않는 위원회가 수두룩한 셈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들어가면서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기능 중복된 위원회 신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국가 미래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장기전략위원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부부처 장관급 정부위원들과 각 분야 전문가인 민간위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들로 구성된 연구작업반이 세부과제를 마련한다.

지난해 9월 출범한 3기 위원회는 정부 장관급 21명, 민간위원 19명으로 이뤄졌다. 6개월간 구상을 거친 끝에 올해 3월 '4차 산업혁명' 및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 정책과제를 내놓았다. 중장기전략위는 당시 '단계적 정년연령 연장 및 폐지' '출산휴가.육아휴직 급여 및 기간 확대' '모든 규제 사후규제 전환' 등을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정책입안 과정에 이 같은 정책과제를 적극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정권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 7개월여가 된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민간위원들의 임기(1년)도 자연스레 만료됐다.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의 중장기 전략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앞으로 논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사이 새 정부 출범 후 신설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혁신성장으로 요약되는 미래먹거리 대책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정책과제를 발표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전 정권에서도 올해 초 4차산업 대응의 일환으로 각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4차산업혁명전략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사실상 새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유사한 성격을 띤 조직이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위 출범에 따라 기존 4차산업혁명전략위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중장기전략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정부가 바뀌면서 중장기전략위원회도 전열을 새로 정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4차산업대책의 경우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나왔던 기존 정책과제 외에 새로 담을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년간 회의 열지 않은 80개 위원회

올해 행정안전부가 펴낸 '행정기관 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법률과 대통령령에 근거한 행정기관 위원회는 총 556개다. 이 중 대통령, 국무총리 및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된 행정위원회가 38개, 자문위원회가 518개다.

위원회 중 법률에 의해 행정기관 소관사무의 일부를 부여받아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위원회는 38개이며, 전문적 의견으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자문위원회는 518개다.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정부는 해마다 정비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부실한 운영은 항상 거론돼 왔다.

지난 1년간 행정기관 소속 전체 위원회 중 회의 개최 횟수는 평균 13.2회다.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도 80여개나 됐다. 전체 40% 정도가 연간 2회 이하로 회의를 개최했다. 연간 5회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는 320개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전체 위원회의 예산은 252억원이다.

최근 국감에서도 위원회 부실 운영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의 지난 1년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리가 직접 회의에 참석한 위원회는 43개 중 21개로 50%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또 최근 3년간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는 8개나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에 정부는 올해 전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치됐던 5개 위원회를 폐지하고 65개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낙연 총리 역시 최근 국무회의에서 실적이 미미한 위원회가 유지되면서 새로운 위원회가 계속 생겨나는 현상을 자꾸 굵어지는 중년남자의 허리로 비유하며 위원회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장민권 예병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