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산국제영화제, 초심으로 돌아갈때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7:20

수정 2017.10.16 17:20

[기자수첩] 부산국제영화제, 초심으로 돌아갈때

"영화제 기간이었어요? 너무 조용해서 몰랐네요." 지난 12일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지만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곳곳에 영화제를 알리는 플래카드만 바람에 휘날릴 뿐 영화제 주무대인 영화의전당 일대는 평온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이빙벨' 사태로 불거진 영화계 보이콧과 김영란법 여파가 한꺼번에 덮친 지난해에 비하면야 나아졌지만 인산인해를 이뤘던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수식어가 민망할 지경이다.

관객으로 찾았던 1회 영화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영화제가 열렸던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는 한 발짝 나아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인파의 물결이었다.
스타 감독, 배우들을 몇 미터 앞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행사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그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011년 영화제를 해운대 영화의전당으로 옮기며 이런 소탈한 분위기는 한풀 꺾였지만 그 대신 해운대 바닷가, 포장마차 거리가 감독·배우·영화계 관계자들, 그리고 이들을 보기 위한 영화팬들로 북적였다.

국내 스타 감독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도 영화제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혔다. 올리버 스톤, 우위썬(오우삼), 대런 아로노프스키 등 해외 스타 감독들이 영화제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 등의 행사를 가진 반면 봉준호, 류승완 등 국내 유명 감독들의 얼굴은 전혀 만날 수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인의 축제로 불린다. 영화제 출품 여부와 관계없이 많은 감독들은 영화제 기간이면 부산을 찾아 차기작을 논의하고 회포를 풀었다.

영화 '희생부활자'를 들고 부산을 찾은 곽경택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20세를 넘으면서 곤욕을 치렀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좋은 분들로 다시 조직을 꾸려 새로운 모양새를 갖춰야 30~40세가 되는 영화제로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털어놨다.


올해 행사가 마무리되면 부산국제영화제는 또다시 변화 앞에 선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영화제 주인은 오로지 영화와 관객'이라는 강 위원장의 말처럼 영화제가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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