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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죄책감 없는 동물학대자 사람 대상 범죄 가능성 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7:08

수정 2017.10.16 22:14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2.동물학대 야만행위입니다 (4)동물학대, 폭력·살인 불러
美노스이스턴대학 연구 결과 동물학대자 70% '다른 범죄' 저질러
FBI도 "연쇄살인범 절반 아동.청소년기에 동물학대"
美.英.日 등 동물학대 처벌 강화
최대 10년 징역형 선고.. 한국은 2000만원 이하 벌금 그쳐
#1. 1960년 미국 위스콘신에서 태어난 제프리 리오넬 다머는 격리된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죽은 동물을 해부하는 데 재미를 붙이게 됐다.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죽은 짐승들에 관심을 가지다가 점차 직접 잡아 죽여 해부하는 데 빠져든다. 그는 동물들의 피부를 벗겨내고 뼈를 추려 산에 담가 놓고 머리를 잘라서 집 뒤에 쌓아놓았다. 이런 행위는 훗날 인간을 대상으로 그대로 행해져 4년 동안 16명을 살해했다. 그는 1992년 15건의 일급 살인으로 기소됐다.

#2.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참혹하게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내는 등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벌인 유영철은 월간지에 게재된 한 연쇄살인범의 기사를 보고 연쇄살인을 계획했다.
그런데 첫 범행 직전에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3.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부녀자 8명을 살해하고 2005년 10월 경기 안산 본오동 장모의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처까지 살해한 강호순 역시 한때 안산 반월저수지 인근에서 개를 키우며 직접 개들을 도살해 판매했는데 목을 매달거나 굶기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해 전형적인 동물학대의 경향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도 조사과정에서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욕구를 자제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죄책감 없는 동물학대자 사람 대상 범죄 가능성 커


최근 PC방 사장이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던지고 때리는 등의 상습적 학대로 형사입건되는 등 동물학대 사례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장난 삼아 동물을 괴롭히는 사소한 동물학대가 점차 심한 동물학대로 발전하고 급기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학대자 70% 살인 등 다른 범죄 저질러

뉴질랜드 출신 정신과 의사 맥도널드는 '삼합 이론'을 통해 동물학대나 방화, 야뇨증 등 세가지를 경험했다면 연쇄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특히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범의 30%, 가정폭력범의 36%, 살인범의 45%에서 동물학대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에는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동물 관련 범죄의 통계화 작업을 시작했다. 동물 관련 범죄를 살인 및 폭행죄와 같은 중대 범죄로 간주하고, 강도 높은 처벌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FBI는 미국 전역의 동물 범죄를 방치, 의도적으로 학대와 고문, 성적 학대, 집단 학대 등 네가지로 분류해 국가사건기반 보고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미국 FBI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은 동물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동물학대에 살인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박기범 동아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0년 발표한 '폭력성 범죄의 예측가능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78년 연쇄살인범을 대상으로 한 FBI의 연구에서 연쇄살인범 10명 중 5명 이상이 아동 또는 청소년기에 동물 학대나 고문의 경험이 있다.

실제로 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잔혹한 연쇄 살인범들도 평범한 외모 뒤에 동물학대나 방화의 경험이 있다.

■미국, 동물학대 '중대 범죄' 취급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동물학대에 대해 강한 처벌을 내리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든 주에서 동물복지에 입각해 동물학대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학대금지법을 제정했다. 주마다 죄의 무게는 조금씩 다르지만 최대 10년의 징역형이나 최대 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해 '중대한 범죄'로 취급한다.

호주에서는 동물학대범에게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5만달러, 동물 소유 및 동물과의 접촉 금지를 골자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은 지난 9월 동물보호법을 개정, 동물학대범에게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최대 형량이 6개월이었다.

일본은 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엔(약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만은 동물을 도살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혀 사지가 절단되거나 심각한 장애에 이르게 됐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대만달러 20만달러(약 750만원)이상 200만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의 목을 매달고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다른 동물이 보는 데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최근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관련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동물학대는 여전하다"면서 "특히 동물학대는 향후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처벌 수준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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