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립 정동극장에서 무슨 일이](하)비정규 예술단원에 "정규직 되고 싶으면 소송해서 이겨라"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6:04

수정 2017.10.16 16:04

16일 서울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극장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16일 서울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극장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규직 되려면 소송해서 이기세요”
서울 정동극장이 최대 8년을 계약해온 예술단원에게 '소송에서 이겨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한 채용과 상위기관으로부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적 판결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이달 말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예술단원들은 정규직을 원할 경우 법정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직 단원과 똑같이 일했는데"vs"법원 판결 받아와야"
16일 정동극장에 따르면 극장 소속 예술단원 11명은 극장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극장에서 공연한 '춘향연가' '배비장전' 등에 참여하면서 길게는 8년까지 매년 재계약했다. 현행 기간제법상 2년 이상 일한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다.

실제 올 5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단원들이 있다. 극장 소속 사물단원 2명과 연습감독은 1월 극장과 계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된 후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구제판정을 받아 복직됐다. 노동위는 “극장측이 실제 지휘, 감독을 한 점 등을 보면 예술단원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며 “2년 이상 근무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정했다.

다른 예술단원들도 복직자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일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극장 취업규칙에 따라 일했고 업무 지휘도 극장 관계자들이 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물놀이 단원이었던 이모씨는 "복직한 사물단원들과 같은 조건에서 5년 동안 공연을 같이 해왔다"며 “극장측은 지금까지 우리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동료들이 복직된만큼 무기계약직 전환 요구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극장은 다른 예술단원들의 경우 ‘근로자’가 아닌 단순계약관계여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극장 한 관계자는 "예술단원과 맺은 계약조건 등에 대한 법리적 사실관계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극장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전환하기는 어렵고 소송을 통해 법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규운 예술단 노조위원장은 "극장이 자체 심의를 통해 전환하면 되는데도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소송으로 떼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위 판정 준용하면 될 일을..."
극장 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상위기관에서 예술단원 전환에 대해 ‘극장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극장 역시 선뜻 전환해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예산을 문체부로부터 받아와야 해 다른 예술단원들에게 법적 판결 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극장과 전환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중"이라면서도 "내년도 정동극장 사업 예산안이 지난 9월 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들이 복직되면 관련 예산 등 검토할 사항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혁 노무사는 “기존 단원들이 복직자들과 근무조건이 비슷했다면 최근 노동위원회 판정을 준용해 정규직 전환 자체를 심사하면 된다”며 “소송으로 가서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려면 5년 이상 걸릴 수 있어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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