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람코, IPO 대신 해외 국부펀드로 지분매각 고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5 17:32

수정 2017.10.15 17:32

시장서 회사가치 1조弗로 희망가격보다 절반수준
뉴욕.런던 증시 상장땐 각종 법적 위험부담 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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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 상장이 불확실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런던, 뉴욕 상장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중국을 포함한 국부펀드와 기관투자가들에 지분을 매각하고, 일부는 사우디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최종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국제 IPO가 폐기된 것도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사우디 왕가가 다양한 옵션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람코 지분 5% 매각을 진두지휘하는 사우디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가 생각하는 회사 가치는 2조달러이지만 시장에서는 그 절반인 1조달러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어 IPO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상태였다.

FT는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최근 수주일간 중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와 기관투자가들에 사우디아람코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런던 등에 상장하지 않고 국부펀드 등에 매각할 경우 리야드의 타다울거래소 내년 상장은 계속해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 경우 중국 정부가 지분 매각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국제 IPO에서 국부펀드 매각으로 방향이 틀어지게 된 것은 사우디 왕가가 런던이나 뉴욕 상장에 따른 규제나 법적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상장의 경우 미국의 새 테러관련법으로 9.11 희생자 유족들이 사우디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사우디아람코가 상장되면 사우디에 유족들이 책임을 물을 방법들이 더 많아진다.

런던 상장도 부담스러워졌다. 영국 재무부가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특별감사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람코 런던 증시 상장을 위해 규제당국이 관련 규정을 완화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람코 입장에선 런던, 뉴욕 상장이 점차 부담스러워지면서 국부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지분매각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한 소식통은 중국을 비롯한 국부펀드, 기관투자가들에 지분을 매각하는 한편 리야드 증시 상장을 병행하는 것이 각종 장벽이 기다리고 있는 국제 IPO보다 쉽고 사우디아람코 가치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으며 리야드 증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계획이 추진되면 리야드 증시 상장은 내년에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종 승인권자인 모하메드 왕세자가 이 방안을 지지하는지가 알려지지 않아 국부펀드에 매각한다는 계획이 추진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또 타다울 증시의 시가총액이 4650억달러 수준이어서 엄청난 덩치의 사우디아람코 상장이 가능할지 역시 의문이다.

장단점이 각각인 가운데 사우디는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예정대로 국제 IPO가 추진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국부펀드 등에 지분을 매각키로 해도 시간을 늦춰 런던이나 뉴욕에 상장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 소식통은 국제 시장 상장을 포기하는 것은 국제 시장이라는 엄청난 자본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어서 위험이 너무 크다면서 국부펀드 등에 매각하더라도 2019년 또는 그 이후라도 국제 IPO가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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