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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지역인재 할당제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5 16:55

수정 2017.10.15 16:55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말년에 당파싸움에 휘말려 귀양을 갔다. 전남 강진에서 18년이나 유배생활을 했다. 외로움과 좌절감 속에서도 나태하지 않고 방대한 분량의 저술과 편지글을 남겼다.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양 4대문 안을 떠나지 말거라." 몰락한 양반가의 자제로 아비 없이 자라는 아들들의 장래에 대한 걱정이 묻어난다.

조선은 한양을 수도로 정하고 강력한 유교적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했다.
지방 유생들이 중앙 정치무대에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과거를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너도나도 괴나리봇짐 메고 한양으로 몰려들었다. 오죽하면 '사람은 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인재의 서울 집중은 역사가 길다.

문재인정부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해당 지역 대학.고교 출신을 30% 이상 뽑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재의 서울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대 출신 차별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론의 반응도 찬성이 우세한 편이다.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지역인재 할당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5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시행 단계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 방안대로 할 경우 부산지역 대학 졸업자는 울산지역 졸업자보다 공공기관 입사가 18배나 어려워진다. 부산에는 대학은 많고 공공기관이 적은 데 비해 울산은 상대적으로 대학은 적고 공공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한 것이 블라인드 채용제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대 출신 우대가 지역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블라인드 채용제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 못한 자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애잔하다. 지방대 출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혹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 마음이 이해가 간다.
지역인재 할당제를 일단 시행했으면 싶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시행해가면서 시간을 두고 보완해도 늦지 않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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