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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사드 논란 '자중지란'서 벗어나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3 17:23

수정 2017.10.13 17:23

[월드리포트] 사드 논란 '자중지란'서 벗어나자

한·중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법찾기를 둘러싸고 각종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측의 소위 전략적 소통 실패를 지적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요지는 이렇다. 중국이 사드 보복 관련 행보나 중국 매체를 통해 험악한 메시지를 보내면 한국 쪽에서 여행업이 더욱 힘들어지고 기업들 실적도 악화되면서 힘들어 죽겠다는 식으로 즉각 반응하는 게 우리로서는 패착이란 주장이다. 중국 정부는 목소리를 죽인 채 관영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경고사격을 하면서 철저하게 단일화된 행보를 보인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정부와 언론이 따로 다른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언론 내에서도 과도한 경마식 보도를 통해 한국측 실상을 자진 공개하는 전략적 실패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언론도 사드 갈등 관련 반응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자제하는 게 오히려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나 싶다. 중국의 보복 때마다 한국이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고 이 같은 사실을 중국 언론이 받아 쓰면서 흡족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견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실 진위보다 선전선동식으로 여론을 단일화시키는 중국의 언론통제 방식이 한국에서 통하겠는가. 사드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 경마식 보도 양상을 띠면서 중국 측에 역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정부와 언론이 언급을 자제하며 한목소리를 내자는 건 통제된 사회로 가자는 말과 같다. 정부의 철저한 검열과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의 방향을 따라가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언론이 사드에 대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게 역설적으로 사드 해법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사드의 개념과 피해상황뿐만 아니라 한·중 간 복잡하게 얽힌 외교적 문제 등에 대해 어설프고 단순하게 알려진 게 사드 갈등의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라는 돌발사태로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대한 전달도 사실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통제된 언론을 통해 국민의 애국정서에 불을 지르고 일방적인 논리를 견지하는 중국의 스탠스를 우리도 따라하자는 건 양국의 협상을 양극단으로 몰아가는 것과 같다.

사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불협화음처럼 보이는 목소리보다는 사드의 정치화에 있다. 사드를 통해 정적의 과오를 들춰내고 자신의 선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국내의 정치공학적 행보들이 오히려 사드 해법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노영민 신임 주중대사의 최근 사드 관련 발언이 도마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노 대사가 주중대사 부임 전 한국에서 언급한 내용 가운데 이마트와 롯데의 중국시장 철수에 관련 배경 설명은 중국 시장의 돌아가는 판세를 오래 지켜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 인지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드의 탐지거리 이야기를 꺼내면서 중국의 생각을 입장 바꿔 언급한 부분도 수도 없이 회자된 이야기다.

그렇다고 노 대사의 발언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드에 대한 국민정서가 이토록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정서법에 따른 어법 관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의 공방은 국내 정치적 지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에 가깝다.
차라리 사드의 본질에 입각해 공방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입을 꾹 닫고 있는 것보다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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