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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인터넷은행 '교각살우' 말아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3 17:23

수정 2017.10.13 17:23

[여의도에서] 인터넷은행 '교각살우' 말아야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 이후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국정감사가 시작된 여의도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당초 금융권의 '메기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얘기다. 지난 4월 케이뱅크가 출범 첫날 수신계좌가 2만여개를 넘어서자 기존 16개 국내은행의 월평균 합산건수(1만2000건)보다 많다며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했고,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업계에서) 무려 25년 만에 태어난 옥동자"라며 "경쟁을 뛰어넘는 혁신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만에 케이뱅크는 특혜 시비가 일면서 인가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 대체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7월 참여연대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고용노동부 장관)이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은행업 인가를 획득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특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이 문제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 넘겼다.
하지만 혁신위마저 케이뱅크 인가 과정이 불투명하고 후속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을 가열시켰다.

급기야 최 위원장은 혁신위에서 케이뱅크의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권고안을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내용이 나오더라도 최대한 존중하겠다"면서도 "인가 취소까지 안 될 거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당장 다음주 16일 국감에서 여야가 케이뱅크 특혜 의혹을 밝히겠다며 벼르고 있어 쉽게 넘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온라인 금융이 후진국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국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기자가 특파원 시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에 남은 잔액으로 고금리 예금상품인 '위어바오'에 가입 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히트를 하자 시중은행들이 반발하며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모바일 시장을 육성하지 않고는 중국에 미래가 없다며 은행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 같은 모바일금융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2014년 1호 '위뱅크'를 시작으로 올해 말 4호 '바이신뱅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와 같은 중국 최대 메신저 업체인 텐센트가 주요지주로 참여한 위뱅크는 지난해 기준 가입자 1500만명, 소액신용대출 1987억위안(약 34조원), 총자산규모 520억위안(약 9조원)으로 영업 2년 만에 4억위안(69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중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을 육성해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고 금융권에 '메기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를 짓밟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를 시정해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면 될 일이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인터넷전문은행의 싹을 자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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