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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 첫 공판부터 특검-삼성 치열한 공방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15:03

수정 2017.10.12 15:03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서로 경영권 승계 현안·부정한 청탁 존재여부, 박상진 진술조서, 안종범 수첩 등의 증거능력 등을 놓고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특검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 있었다..1심 판결 수긍 못해"
특검은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1심 재판부가 삼성의 개별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개별현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단독면담 말씀자료와 안종범 수첩에 명확히 기재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독 면담을 가진 2016년 2월15일 작성된 안종범 수첩 내용을 예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생명'이라는 단어 없이 '금융지주사'만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면담) 전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문제를 보고받았다"며 "이후 금융위의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강하게 추진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과 관련된 204억원의 뇌물공여 부문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도 재단 지원 요구를 했다는 점을 들어 재단지원 관련 부정한 청탁이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며 "삼성은 다른 대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15일 첫 번째 면담에서 이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대가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약속했다는 이유에서다. 즉 이시점부터 삼성과 대통령 간 밀착관계는 형성된 상태로 두 번째 면담에서 이 부회장은 재단 지원을 경영권 승계 지원의 부정한 청탁대가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이어 특검은 1심에서 '조사 당시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채택되지 않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특검 2회 진술조서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 전 사장은 당시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가 없어 이와 무관하게 진술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며 "참고임에도 불구하고 인권보장 차원에서 선의에 따라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이번 사건 형사재판 본연의 틀 벗어날까 우려"
이 부회장의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이인재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국정농단 사건의 본체이자 정경유착의 본보기로 규정하는 것은 형사재판 본연의 틀을 벗어날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1심 판결에 따르면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의해 삼성이 수동적으로 지원했을 뿐 청탁의 결과로 권한을 행사했다거나 삼성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은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적 현안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며 "개별현안을 떠난 포괄현안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서는 증거에 의해 확인될 수 없는 '가공의 개념'이라는 기존 주장도 거듭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2차 영장 청구를 위해 등장한 것"이라며 "증거에 의해 확인되는 팩트가 아닌 아니라 가공의 개념으로, 수사기관이 영장청구할 때 쉽게 파악할 수도 없었던 현안을 대통령이 무슨 수로 파악했을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1심에서 정황 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는 "안종범 수첩은 원진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재전문서류(재전문증거)에 그친다"며 "단독면담에 참석하지 않은 안 전 수석이 대통령에게 전해들은 말에 의존해 작성한 것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첩 내용 자체도 주어와 술어가 존재하지 않고, 단어를 나열한 수준으로 안 전 수석도 증인신문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 존재하고 어느 사람의 발언인지 특정하지 못했다"며 안 전 수석의 진술 증거능력이 없다면 수첩도 증거능력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원진술자인)박 전 대통령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어야 하고, 법정에 나와 진정성립을 인정해야하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재재전문서류에 해당돼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판례의 통설"이라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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