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소풍서 잃어버린 만 2살 아들, 벌써 14년 흘러"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7:51

수정 2017.10.09 17:51

아들 모영광씨 찾는 어머니 박혜숙씨
2003년 부산 성불사 소풍가서 실종.. 방송출연 등 끊임없이 찾으려 수소문.. 실종아동지킴연대 대표도 맡아 노력
2003년 10월 10일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장산 성불사에서 실종된 모영광군(당시 2세).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2003년 10월 10일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장산 성불사에서 실종된 모영광군(당시 2세).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26개월 된 아들을 잃어버린 지 벌써 14년이 흘렀습니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아들 생각에 박혜숙씨는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16세가 됐을 아들을 찾기 위해 박씨는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9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박씨의 아들 모영광 군이 사라진 것은 2003년 10월 10일, 당시 나이 만 2세 때다. 세살 많은 누나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던 영광이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장산에 있는 성불사로 소풍을 갔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영광이가 대열에서 이탈했다.
아이들을 인솔한 교사 3명이 장산 곳곳을 찾아다녔으나 영광이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짙은 일자형 눈썹에 까치머리가 귀여웠던 영광이는 사라졌다.

실종 이후 경찰과 119구조대까지 대규모 인력이 동원돼 인근을 샅샅이 뒤졌다. 영광이 부모는 물론이고 회사 동료와 학교 선후배, 친척들까지 힘을 합쳐 전단 10만장을 부산시내 곳곳에 배포했다. 교회와 소아과 등 아이가 있을 만한 곳에는 모두 우편으로 전단을 뿌렸다.

박씨는 실종 이후 방송에도 끊임없이 출연했다. 그는 "한번은 방송 출연 다음날 영광이 같은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와 '엄마, 아빠'라고 한 뒤 끊어진 적도 있다"며 "전화 위치를 추적해보니 부산 반송동 공중전화였고 수색을 했지만 끝내 영광이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광이의 실종은 박씨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큰 아픔이 됐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이 컸지만 박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심리 관련 공부를 하며 아픔을 이겨낸 박씨는 실종아동지킴연대 대표까지 맡으며 영광이뿐만 아니라 장기실종 아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에게 장기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1인시위도 벌였다.
박씨는 "영광이가 어디에서든 살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바쁜 와중에도 제보가 들어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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