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현장르포] 나마스떼∼ 인도 금융시장 파고드는 국내 은행들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7:13

수정 2017.10.09 22:05

금융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인도
13억 육박하는 인구에 평균연령 26세로 젊어 성장 잠재력 무궁무진
2016년 화폐개혁 이후 계좌개설 폭발적 증가.. 현지고객 유치 절호의 기회
신한, 인도진출 20년 넘어.. 인지도.신뢰 꾸준히 쌓아
우리 '모비뱅크'·NH '올원뱅크' 등 현지 특화서비스 주력
인도에서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뭄바이 지점 모습. 인도 현지인이 뭄바이 지점에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인도에서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뭄바이 지점 모습. 인도 현지인이 뭄바이 지점에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인도 현지사무소 직원들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 봉사활동을 펼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인도 현지사무소 직원들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 봉사활동을 펼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델리(인도)=최재성기자】 교통체증과 경적소리가 끊이질 않는 뉴델리 시내 한복판. 인도 국영은행인 SBI를 비롯해 씨티은행과 도이치뱅크와 같은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눈에 띄는 간판이 하나 있다. 마하트마간디 로드에 위치한 신한은행 뉴델리 지점이다.
지난 2006년에 개점한 신한은행 뉴델리 지점은 1996년 개점한 뭄바이 지점과 함께 국내 은행의 인도 진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진출 이후 한동안 뜸했던 국내 은행들의 인도 진출이 최근들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진출 확대를 위해서인지 인도를 찾는 시중은행장들의 발길 또한 요즘들어 부쩍 잦아졌다.

은행업계는 인도가 가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13억에 육박하는 인구와 생산가능인구의 평균연령이 26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노동력으로 무장한 인도가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각종 규제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인도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아울러 최근 인도 내에서 금융 서비스 이용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 이용도 급증

인도에 진출한 국내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는 국내 6개 은행들이 13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신한은행(지점 6곳)을 필두로 우리은행(지점 3곳).KEB하나은행(지점 1곳).IBK기업은행(지점 1곳).KB국민은행(사무소 1곳).NH농협은행(사무소 1곳) 등이다. 뉴델리와 뭄바이, 첸나이, 구르가온 등 위치도 다양하다.

지난 2016년 11월, 인도 정부는 전체 화폐 유통물량의 86%를 차지하는 500루피와 1000루피에 대한 기존 지폐 사용을 금지하고 새 화폐를 발행, 500루피와 2000루피로 교체하는 화폐개혁을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지하경제를 근절하고 금융 이용도를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변화는 확실하다. 신한은행 권오형 뉴델리 지점장은 "화폐개혁 초기 신권 교환 고객들로 은행 앞이 장사진을 이뤘지만, 인도 중앙은행에서 준비한 신권이 부족해 자연스레 계좌개설과 예금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개혁 초기에는 강제로 금융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면,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뱅킹.전자지갑과 같은 금융 서비스 이용도가 자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은 인도인들의 금융 서비스 이용도 증가가 성공적인 현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은행들에게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40%가 금융계좌가 없는 금융소외계층인 만큼 역전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 변성섭 뉴델리 사무소장은 "화폐개혁으로 지하자금이 양성화되고 은행계좌 수와 예금액이 급증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들은 고객규모를 늘리고 현지화를 이룰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김문년 뉴델리 지점장 역시 "화폐개혁 이후 계좌개설이 급증하는 지금이 현지고객 유치를 위한 좋은 기회"라면서도 "다만 외국계 은행들은 점포수, 자동화기기 등의 인프라에서 한계가 있다. 성공적 현지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

■장기 플랜으로 인지도 높인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이해광 주인도대사관 대사대리는 국내 은행들의 성공적 진출을 위한 첫번째 요건으로 '인지도 상승'을 꼽는다. 인도 현지은행이나 씨티.도이치뱅크 등의 대형 외국계 은행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도인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사대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집권 이후 금융 이용도가 급증한 것은 분명한 기회이지만 한국 은행들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가 없다면 이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라며 "현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도록 인도 내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의 특성상 인지도 상승과 신뢰도 제고라는 과제를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어렵다. 때문에 한국 은행들은 서두르기보다는 차근차근 인도인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처음 듣는 이름의 외국계 은행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스레 그들의 사회로 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은행 변성섭 사무소장은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수한 제품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여.감동경영 등을 통해 인도인들과의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늘려갔기 때문"이라며 "농협은행도 지역내 사회 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함과 동시에 인도인들이 선호하는 스포츠 등에 투자하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의 노하우를 무기로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은행들의 금융 노하우와 성실함이 인도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계좌 개설을 비롯한 전반적인 은행 업무가 복잡하고 느린 인도 금융 시장에서 한국 은행 특유의 간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승부해볼 만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 권오형 지점장은 "신한은행은 1996년 진출한 이후 IMF외환위기, 국제금융위기 등의 금융위기에도 인도 진출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노하우와 20년 이상 지속해온 인도 시장에서의 경험을 더한다면 현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인도 내 지점 10개 이하 외국계 은행들 중 자산건전성.성장성.수익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축적한 비대면채널 역량 노하우는 또 다른 승부수다.
우리은행은 인도 현지에 특화된 뱅킹앱 '모비뱅크'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며, NH농협은행 역시 인도 시장에 특화한 '올원뱅크'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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