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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여친 반려견 때려죽이고.. 당신, 사람 맞나요?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7:05

수정 2017.10.09 17:05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2.동물학대 야만행위입니다 (3)동물학대 처벌은 솜방망이
재작년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204건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경우나 폭행 넘어 식용 위한 도살.방치 등 동물학대 개념 넓히면 숫자 더 늘어
'동물은 생명' 동물권 강화 필요
지난 8월 A씨는 반려견 '뽀샤'를 남자친구의 손에 잃었다. 손을 물었다는 이유로 남자 친구가 우산으로 잔인하게 때려서 죽게 한 것이다. 얼마나 심하게 때렸는지 폭행에 사용된 우산대가 완전히 부서질 정도였다. 부검 결과 뽀샤의 온 몸은 피하출혈로 뒤덮여 있었고 폐에는 출혈과 수종, 그리고 심한 간파열까지 발견됐다.

'뽀샤'를 죽인 남자친구가 메신저 단체방에 올린 글
'뽀샤'를 죽인 남자친구가 메신저 단체방에 올린 글


동물반려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 반려동물이 이젠 가족의 일원이 됐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대하는 반려인이나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동물들은 '반려'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뽀샤'와 같은 사건이 여전히 주변에서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부산 사상구의 한 마트에서 납치돼 결국 탕제원에서 생을 마감한 '오선이', 이웃주민의 무차별 폭행으로 세상을 떠난 '해탈이', 길 잃은 고양이 600여마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죽여 건강원에 팔다 적발된 사건 등 간단한 뉴스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동물학대 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동물을 가족품으로 거둔 인구가 늘어나면 동물학대 빈도는 낮아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도 '뽀샤' '오선이' 사건과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검거 건수는 2012년 118건에서 2015년 204건으로 72.8%가 증가했다. 경찰에 신고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동물 학대의 개념을 때리는 폭행을 넘어 식용을 위한 도살, 방치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수십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동물단체들의 주장이다. '뽀샤'를 잔인하게 죽인 남자친구가 사건 이후 한 메신저 단체방에 남긴 말은 우리의 인식 수준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사고로 여자친구네 강아지 죽여 버리는 바람에 (게임) 캐릭터 정리하고 게임 접어야 할 것 같다. 어이가 없네요. 사람이 물리고 몇 대 때렸다고, 죽었는데 사람이 (보상을) 물어줘야 된다니"라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우성훈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간사는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건들이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개 1마리 죽었는데 어떠냐'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해했다.실제로 동물학대를 이유로 재판정에 선 많은 이들이 관대한 처벌로 풀려나온다. 지난 6월 인천에서 개 30마리를 전기로 도살한 개농장주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2015년 광주에서 무차별 폭행으로 강아지 '해탈이'를 죽인 이웃주민은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책임에서 벗어났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등은 성명서에서 "'동물의 죽음에 대해 인간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는 법원의 비겁한 인도주의와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전근대적 야만성 때문"이라며 "이번 판결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을 검찰과 판사가 무시하고 왜곡하여 벌어진 사법학살이다"고 강력 비판했다.

부산 사상구의 한 마트에서 납치돼 결국 탕제원에서 생을 마감한 '오선이'
부산 사상구의 한 마트에서 납치돼 결국 탕제원에서 생을 마감한 '오선이'

■"동물은 물건 아냐"...동물권 강화해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동물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선이' 사건에서 피의자 김씨는 동물보호법 8조 3항 1호를 위반했다. 이에 대한 최고 형량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러나 김씨는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닌 '반려인의 점유를 벗어난 오선이를 습득했다'는 이유로 점유이탈물횡령 죄가 거론된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이지만 한 생명을 잔인하게 죽인 이가 받는 죄가 겨우 점유이탈물횡령이냐"며 반발했지만, 결정이 번복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권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시선이 모아진다. 지난 5월, 반려견 '해탈이' 학대 사건의 피해 반려인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한 현행 민법 제98조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한다. 동물은 유체물, 곧 '공간을 차지하는 존재'에 해당돼 물건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물을 인간과 물건이 아닌 제3의 객체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과 동물복지주간을 신설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의 법적 위치를 높이고 동물학대(사망.상해)에 대한 처벌 강화가 골자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2014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서 동물을 보는 관점을 '물건에서 생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선언에 그친 실정"이라며 "이번 민법개정안 발의는 정부의 의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1822년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했고,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독일은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며 민법과 관련법 개정으로 동물권을 강화한 바 있다.
미국 뉴욕주는 모든 동물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것을 거절 또는 방치하는 경우 학대 행위로 간주한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측은 "현행 민법에서는 아직도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반려동물이 피해를 당하더라도 그 가치는 동물의 교환 가치만큼만 인정된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난 만큼 이제는 우리나라도 동물이 생명권을 인정받고 반려동물 가족들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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