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더 많은 사람들이 '파란 팀'이 되기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6:22 수정 : 2017.10.09 16:22


모처럼 제대로 휴식을 취했다. 남들만큼 다 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휴가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덕에 부족한 잠을 실컷 보충했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책도 함께 읽으며 의미 있는 시간도 보냈다.
다시 오지 않을 긴 연휴를 아쉬워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게 보냈다.

연휴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파란 팀'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파란색을 참 좋아했다. 어릴 적 그림을 그리면 파란 하늘을 크게 그렸고, 운동회 때도 백팀에 속하면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기억도 난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한 이후부터가 아닐까 싶다. 연휴 기간에는 파란 팀인 삼성에서 아쉬운 일도 있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가 은퇴한 것. 파란색 유니폼이 잘 어울렸던 이승엽 선수의 은퇴는 오래도록 진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더 파란색이 좋아질 것 같다. 연휴 기간 서점에서 우연히 접한 책에서 마음에 드는 의미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고른 책 제목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이다. 사전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가 아닌데도 이 책을 고른 것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파란 팀'이라는 단어. 파란 팀은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사실 작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파란 팀에 대해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있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즐기고 터무니없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보는 능력, 어느 정도의 겸손함과 신중함,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친절, 너그러운 마음씨가 있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팀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마음에 들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디에서나 인기를 끌 수 있는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들어가고 싶은 팀이 아닐까 싶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장장 10일간의 연휴가 끝났다. 즐거운 명절을 보냈지만 사실 걱정이 된다. 매년 명절이 끝나면 자주 접하는 뉴스 내용 때문이다. 명절후유증, 스트레스, 고부 갈등, 가족 간 불화 등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모인 명절에 오히려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결혼 적령기가 지난 사람들, 특히 '82년생 김지영'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명절'이 아닌 '멍절'이 되었을 수도 있다.

주변에 파란 팀에 속한 사람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때로는 위로가 안 되고 무관심이 때로는 친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지혜가 있고 겸손하고 신중한 사람이 많았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파란 팀이 되어 명절 이후 증후군, 갈등, 불화 등의 단어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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