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단통법 3년에 대한 소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8 17:14 수정 : 2017.09.28 17:14


"단통법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 단유법이라고 불러야 법의 목적을 전달할 수 있어요."

2014년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제정됐을 때 한 전문가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유통구조를 개선하자는 법이기 때문에 명칭도 유통을 넣어 불러야 법의 목적을 일깨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단통법 지원금 상한선 조항의 효력이 내일이면 끝난다. 단통법이냐 단유법이냐, 지원금을 제한하는 게 시장 원리에 맞느냐, 지원금을 분리공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논란이 끊이지 않던 단통법 핵심 규제의 시한이 끝나고 단통법은 앞으로 지원금 공시 의무를 앞세워 통신사업자를 제재할 용도로만 쓰이게 됐다.


단통법은 애초에 국내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하고자 만든 법이다. 5000만 국민이 평균 2년에 한 번씩 휴대폰을 바꾸는데 휴대폰 유통업체가 3만8000여개나 됐다. 유통점들이 하루 평균 휴대폰 10대는 개통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계산하면 연간 1억1000만대의 휴대폰이 개통돼야 한다. 시장 수요의 5배다. 그러니 유통점들은 생존을 위해 불법보조금을 뿌릴 수밖에 없고, 가입자를 늘릴 욕심에 이동통신회사도 유통점 리베이트를 악용할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시장의 불법보조금 악순환을 끊으려면 아프지만 비대해진 휴대폰 유통을 수술대에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극약처방을 내린 게 단통법이다. 시한은 3년이었다.

결과는? 유통점 숫자도 여전하고 불법보조금을 동원하는 수법도 여전하다. 국회가 휴대폰 완전자급제법을 만들어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것만 봐도 유통구조 개선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인가 보다.

한 가지 짚어보자. 단통법은 어쩌다 목적을 다하지 못하게 됐을까.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단통법을 만든 정부가 유통점들의 반발을 두려워했다. 유통구조를 수술하기 위한 정책은 아예 만들지도 못했다. 그 대신 단통법을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자랑하는 수단으로 썼다. 단통법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만든 법이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완전자급제법은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까. 그다지 신뢰가 안 간다. 법을 만들기도 전부터 유통업체들의 반발을 걱정한 예외조항이 생기고 있다. 이번에도 통신요금 인하 효과만 내세운다. 3년 전의 도돌이표를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병에 맞는 약을 써야 병이 낫는다. 단유법이 단통법으로 변질돼 목적을 다하지 못한 원인은 유통구조 개선 약을 통신요금 인하 약으로 잘못 썼기 때문이다.

단통법 3년을 정리하면서 국회와 정부에 부탁할게 있다. 법이나 정책을 만들 때 목적을 분명히 정했으면 한다. 목적을 국민과 산업계에 솔직히 설명해 줬으면 한다. 단통법의 전철을 밟게 될 법을 새로 만들기 보다는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내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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