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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법인세율 미국 20% vs. 한국 25%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8 17:14

수정 2017.09.28 17:14

트럼프 파격 감세안 발표.. 기업은 어느 곳을 고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는 현행 35%에서 20%로 낮춘다. 소득세는 최고세율을 39.5%에서 35%로 내리는 한편 세율구간을 7개에서 3개(12%, 25%, 35%)로 줄인다. 상속세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트럼프 감세안은 역대급으로 평가된다. 다만 민주당이 부자 감세안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의회에서 일부 바뀔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감세 노선을 따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두 조지 부시 대통령(아버지.아들 부시)도 감세정책을 폈다. 트럼프 감세안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법인세 인하폭(15%포인트)에서 보듯 이번 감세안은 그중에서도 급진적이다. 트럼프 스스로 "한 세대에 보기 힘든" 감세안이라고 자평했다.

세율만 내리는 게 아니다. 트럼프는 세금이 무서워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조치도 같이 발표했다. 예컨대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면 세금을 깎아주고, 외국에 쌓아둔 이익금을 들여올 때도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트럼프는 "미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기업들을 혼내고 있다"며 현 조세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감세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개인과 기업한테 걷는 세금을 깎아주고, 상속세를 없애면 정부 재정엔 분명 마이너스다. 그래서 공화당 정권이 감세정책을 펼 때마다 재정적자가 도마에 오른다. 동시에 늘 부자감세 논란이 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이론에 충실하다. 이는 공화당이 모토로 삼는 작은정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어쩔 수 없이 트럼프 감세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증세안과 대조를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고, 법인세는 22%에서 25%로 높일 작정이다. 한동안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를 올릴지 말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감세가 좋고 증세는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1위 경제대국 미국의 움직임을 놓쳐선 안 된다. 그만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는 이미 추세로 자리잡았다. 이제 미국이 동참함으로써 그 흐름은 당분간 거스르기 힘들게 됐다.
주요국 중 사실상 유일한 엇박자는 한국이다. 트럼프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반면 우리는 기업을 구박하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듯하다. 과연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20%(미국)와 25%(한국) 중 어떤 세율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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