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美, 북한 은행 10곳·개인 26명 제재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7 17:42

수정 2017.09.27 22:29

세컨더리보이콧 착수
달러화 거래 못하게 해.. 北 외화유입 통로 봉쇄
이란 제재와 비슷한 방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돈줄을 묶는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착수를 위해 26일(현지시간) 북한은행 10곳과 개인 26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하는 대북 독자 제재안을 내놨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 미국 정부 독자 제재안이다.

이번 대북제재 행정명령(13810호)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은행 등이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외국 은행들이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게 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외화유입 통로를 봉쇄하겠다는 게 미 정부의 계획이다.

■'이란식 제재'로 北 돈줄 죄기

미 재무부는 농업개발은행, 제일신용은행, 하나은행유한회사, 국제산업개발은행, 진명합영은행, 진성합영은행, 고려상업은행, 류경산업은행 등 8개 북한 은행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모두 북한 정부가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될 자금과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비자금을 조달해온 통로가 된 은행들이다.


기존 13722호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적용해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이들 은행의 중국, 러시아, 홍콩, 리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외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는 북한인 26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새로운 제재는 전 세계에서 북한 은행과 이들 은행을 대신해 활동한 조력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은 △외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상당량의 거래(significant transaction)'를 한 경우와 △제재대상이 행하는 '모든 거래'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이는 외국 금융기관과 북한 간 거래가 합법적이더라도 '상당량' 요건을 충족하면 제재할 수 있고, 단 1달러만 거래하더라도 제재대상이라면 누구든 제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촘촘한 망이라는 것이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세컨더리보이콧의 범위가 불법과 합법 구분 없이 모든 북한의 대외거래에 대해서 적용돼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한 당국자는 "이번 행정명령에는 금융거래 외에도 북한과 상품, 서비스, 기술거래를 하거나 북한의 섬유, 어업, IT, 제조업을 지원하는 어떤 사람의 자산도 동결할 수 있다고 규정됐고, 이 중엔 합법적인 활동들도 있다"면서 "전방위적으로 유의미한 제재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0년 이란의 핵 개발을 막고자 금융분야에서 세컨더리 제재를 실행해 효과를 거뒀다. 당시 미국의 전방위적 금융제재로 국제경제에서 고립된 이란이 결국 두 손 들고 나와 국제사회와 '이란 핵 합의'를 체결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中 압박…中 협조 관건

이번 조치는 사실상 미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 중에는 가장 강력하다는 해석이다. 북한이 이용하는 주요 외국은행이 중국 국적임을 감안하면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본격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자 지난해 오바마 정부에서도 이 같은 세컨더리보이콧을 검토했으나 중국의 반발로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등 위협이 현실화된 데다 중국의 미지근한 태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 실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여러 번 중국에 북핵.미사일을 해결할 기회를 줬는데 미국의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아 조치한 것"이라며 "결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면서도 우리 독자 제재안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27일 "이번 조치는 북한과의 거래 위험성을 부각시켜 대북 거래 중인 여타 제3국 개인, 단체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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