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칼럼]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내치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7 17:25 수정 : 2017.09.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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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화수분 유통업을 옥죄고 비정규직 제로 등 고용안정 집착
궁지 몰린 기업이 채용 나서겠나



요즘 문재인정부가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면 일자리 창출을 제1 국정과제로 내건 '일자리 정부'가 맞냐는 의구심이 들게 돼있다.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도 만들었지만 그뿐이다. 일자리 창출대책이라고는 공무원 17만명 증원 외에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 정부는 오히려 일자리를 내치는 역주행 정책들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
'일자리 화수분'으로 통하는 유통업을 옥죄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자리위원회 출범 후 이용섭 부위원장이 5월 말 첫 외부행사로 방문한 곳이 신세계그룹의 채용박람회였다. "올해도 1만50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약속에 입이 귀에 걸린 이 부위원장은 "세금 잘 내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그로부터 3개월, 신세계그룹은 경기 부천지역 백화점 투자계획을 포기했다.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상인들의 반발과 인천시의 반대 때문이다. 애초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다가 백화점으로 규모를 축소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의 서울 상암동 복합쇼핑몰 등 전국의 수많은 쇼핑몰 건립계획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 하나에 800여명, 복합쇼핑몰 하나에 5000명의 직접고용이 창출된다. 유통업의 고용유발효과는 제조업의 3~4배에 달한다. 일자리 정부가 이런 유통업을 돕기는커녕 옥죄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 출점을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인지 정부.여당은 강력한 유통규제법안을 마련 중이다. 대규모 유통시설에 대해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한편 영업시간, 의무휴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라 한다. 대기업 유통시설은 입점도, 영업도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규제로는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연구팀이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과 온라인쇼핑몰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전국 41개 지자체는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소상공인단체들도 최근 마트 휴업을 주말에서 주중으로 바꾸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실패한 규제를 거둬들이는 것이 순리이지만 정부.여당은 아랑곳않는다.

정부가 팔을 비튼다고 민간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규제를 풀어 투자를 유도하고 고용유연성을 높여 채용에 따르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질 향상.고용안정에 집착해 일자리를 죽이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문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 알바를 해고하고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이유다. 이게 최저임금의 역설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파견직의 직접고용 정책은 기업의 신규 채용여력을 떨어뜨릴뿐더러 비정규직과 파견직 종사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폐지에 이어 '일반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 양대 지침까지 폐기했다. 한결같이 노동경직성을 높이는 조치며 반(反)노동개혁이다. 임금도 오르고, 해고도 못한다면 기업은 사람을 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래놓고 일자리가 늘어난 사례를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없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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