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터키 송유관 폐쇄 위협에 유가 급등… 내년 공급부족 우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17:47

수정 2017.09.26 17:47

쿠르드 독립에 반대하며 터키내 송유관 폐쇄 언급.. 브렌트유 58.87弗로 급등
이란 경제제재 가능성에 일부 산유국 생산능력 위축돼 공급부족 대비 경고 목소리도
터키 송유관 폐쇄 위협에 유가 급등… 내년 공급부족 우려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라크 쿠르드족 독립투표가 치러진 25일(현지시간) 터키가 송유관 폐쇄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력한 독립투표 반대 의사를 내보내면서 유가 급등을 촉발했다.

미국 셰일석유의 급격한 증산이 어떤 영향을 줄지가 변수이지만 석유시장은 3년에 걸친 공급초과를 딛고 수급이 재균형에 도달하는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는 3%가 넘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지난주말보다 배럴당 1.56달러(3.1%) 상승한 52.22달러에 마감했다. 4월 18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 시장(ICE)에서는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3.5% 급등한 58.87달러로 뛰어 장중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브렌트유는 6월 이후 30% 넘게 뛰었다. 약 10년만에 처음으로 선진국의 석유수요가 신흥시장과 보조를 맞출 정도로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브렌트유 2년여만에 최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르드족 독립투표를 반대하며 송유관을 잠그겠다고 위협한 게 이날 유가 급등 방아쇠를 당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터키)가 (송유관)꼭지를 쥐고 있다"면서 "(송유관) 꼭지를 잠그는 순간이 되면 얘기는 끝난다"고 강조했다.

쿠르드족은 터키와 연결된 송유관을 통해 하루 55만배럴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이 석유 수출 덕에 쿠르드는 경제를 살렸고 이제 독립을 눈 앞에 두게 된 상황이다. 그러나 터키를 비롯해 이라크, 미국, 이란까지 지역내 새로운 긴장을 야기할 것을 우려하며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중동-중국 거래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인 재닛 공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FT 상품 아시아태평양에너지콘퍼런스(APPEC)에서 석유시장이 3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모퉁이를 돌아섰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제 수급균형을 향한 모퉁이를 돌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저유가가 수요를 촉발한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속적인 감산 노력 끝에 마침내 석유 초과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공은 "이제 전환점에 접어들었다"면서 "재고는 계속해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 셰일석유가 향후 시장 향배를 가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장이 수급 균형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미 셰일석유 생산이 2010년대 초반처럼 다시 급증하면 석유재고는 다시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때문에 유가가 앞으로 수년 동안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공급 부족 대비해야"

이런 가운데 내년 석유시장은 초과 공급이 아닌 공급 부족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와 주목을 끈다.

APPEC에 참석한 씨티그룹 글로벌 상품 부문 책임자 에드 모스는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이란, 이라크 등 OPEC 회원국 가운데 5개국이 이미 올해 최대 산유량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초가 되면 세계 석유시장은 석유 공급 급증을 걱정하기보다 급격한 공급 감소 위험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이들 5개국에서 그동안 석유 탐사, 유전 개발 투자가 미미해 석유생산 능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로 투자자들이 움츠러든 것이 석유산업을 취약하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란간 핵합의를 무효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라크는 수출 계약 조건이 유리하지 않은데다 러시아 루크오일, 네덜란드 로열더치셸 등 석유메이저들이 주요 유전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거나 투자를 줄이고 있어 석유생산 능력이 감퇴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태로 석유산업 투자는 언감생심이고,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는 이미 최대 산유량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모스는 평가했다. 모스는 "OPEC 생산이 급격히 늘 것이라던 게 시장의 우려였다"면서 "그러나 공급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 격차는 공급부족에 따른 빠듯한 시장 수급이 될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는 "신규 투자에 뒤처진 것이 국제 석유회사도 아니고, 독립 석유회사도 아니며 OPEC 회원국, 특히 이들 5개국이라는 증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산유량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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