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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발언 선전포고로 규정한 의도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17:31

수정 2017.09.26 18:53

긴장감 높여 北美협상 우위 포석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오전 숙소인 뉴욕의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앞에서 성명 발표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오전 숙소인 뉴욕의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앞에서 성명 발표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을 통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자위권 명목으로 도발을 예고한 것은 한반도 긴장수위 유지를 통해 북·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발 선전포고'를 강조한 것도 추후 도발 시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선전·선동 차원으로 풀이됐다.

■리 외무상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

리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의 최북단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독자 '무력시위'를 펼친 데 대한 반발 성격으로, 상황 재발 시 자위권이라는 명목하에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욕한 데 대한 당국 차원의 심리전도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유엔 기조연설 메시지 등 나름의 전략들을 세우고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해올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최고 존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데 이 부분을 건드린 데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계속 한반도 긴장수위를 유지해야 하는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정부는 리 외무상의 '선전포고' '자위권' 언급들은 상황과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봤다. 외교부는 26일 리 외무상의 언급과 관련, "미 백악관 측은 선전포고를 한 바 없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北 추가도발 가능성 높아"

북한은 이를 빌미로 예정된 도발 수순을 계속 밟아갈 것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 참석, 리 외무상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추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강 장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통제불능 상태로 빠트릴 수 있는 추가적인 긴장 고조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경각심을 갖고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고명현 연구위원은 "리 외무상이 말한 자위권은 핵무장을 더 빨리 완성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으로는 자체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스케줄대로 도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진 교수는 "굳이 공해상에 있는 항공기를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구겠다고 한 것은 지난 1969년 발생한 EC121기 격추 사건 등과 유사한 도발을 암시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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