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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사드보복 후폭풍, 못이길 것도 없다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2 18:13

수정 2017.09.22 18:13

[여의도에서]사드보복 후폭풍, 못이길 것도 없다


장기화되는 중국의 사드보복에 중국진출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 현대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매출절벽에 힘이 부치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은 중국사업 매각으로 손을 들었다.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업계에서는 사드보복을 회복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공공연히 회자된다.

이런 가운데 식품기업인 오리온의 사례는 주목받을 만하다.
오리온 역시 상반기 중국법인 매출은 42.1% 감소했으며 계약직 판촉사원 등 현지인력을 20% 줄여야 했다. 특히 14년 만에 중국법인 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반전됐다. 오리온의 대표상품인 '초코파이'(중국명 '하오리여우파이')의 경우 지난 7월 중국법인 매출이 전년 대비 16%, 지난 3월에 비해서는 143%나 급증했다.

초코파이 중국 매출은 사드 이슈가 발생한 3~4월에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5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며 6~7월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가파르게 늘었다. 결국 7월 중국 법인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90%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대륙에서 오리온의 저력은 이미 여러 번 증명된 바 있다. 초코파이는 지난 4월 발표된 중국 기업브랜드연구소의 '2017년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에서 국내 기업 중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의 식품위생 감사기관인 AIB가 전 세계 666개 제과류 공장을 대상으로 작년에 진행한 감사에서도 오리온은 상하이(3위), 베이징·선양(공동 4위), 광저우(6위) 공장이 '톱 6' 반열에 올랐다. 초코파이뿐만 아니라 오리온은 스낵과 껌 부문 매출에서 각각 3위를 차지하며 중국 전체 제과시장에서 2위 사업자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리온은 중국 진출 20년 만인 지난 2013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오리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브랜드 및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 덕분에 사드 이슈 당시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국 기업'으로 악선전되면서 불매운동에 직면했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장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는 적었다.

올 상반기 매출 급감에 대해서도 오리온은 중국 도매상들이 예전보다 재고를 철저히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 더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전사적인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도 믿음 직하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사드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만 아니라 회복속도도 빨랐다"면서 "기업은 외부영향보다 기업이미지.제품.서비스 등 우수한 펀더멘털이 핵심 역량임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리스크'를 등에 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생활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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