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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통상임금의 역설, 이럴줄 몰랐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2 18:13

수정 2017.09.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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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잔업 폐지 현실로..합리적 임금 기준 마련을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현실로 나타났다. 기아차는 21일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사측이 내세운 명분은 근로자 복지 향상과 정부 정책을 적극 따르는 것이다. 올해 차 판매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예견됐던 일이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각종 수당이 같이 올라 수익성이 나빠진다. 기아차는 장부상 1조원에 달하는 손실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번 잔업 폐지로 당장 기아차의 한국 공장 생산량은 연말까지 4만여대 줄어들 전망이다. 부품산업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송에선 이겼지만 기아차 노조도 길게 보면 손해다. 평상시 임금의 1.5배인 특근과 잔업이 없어지면 손에 쥐는 실질임금도 주는 것은 뻔하다. 연간 최대 수백만원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기아차 노조는 "일방적인 잔업.특근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자초한 일이다. 소탐대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임금 소송 판결이 부른 역설이다. 후폭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현재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00여곳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계는 이들 기업이 모두 질 경우 수십조원의 직간접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미래를 위한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일감을 해외공장으로 돌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기본급은 적게, 수당과 성과급은 많게'라는 비정상적인 임금구조는 우리나라만의 수십년 된 관행이다. 정부가 오랜 기간 부추겨왔고, 노사도 암묵적으로 용인해 왔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이런 상황을 무시한 1심 판결은 두고두고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통상임금 판결이 재판때마다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다.

이번 기아차 잔업 폐지는 정치가 시장에 개입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을의 눈물 닦아주기'를 을이 반대하고 나선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그제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전통시장 부활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반발했다. 거친 시장개입은 일자리 감소 등 반드시 역풍을 부르게 마련이다.
정부와 국회는 산업계의 혼란과 파장을 줄이면서 신의칙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합리적 판단기준을 하루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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