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인공지능의 역기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9 17:03 수정 : 2017.09.19 17:03


미국 투자시장에선 ETF(Exchange-Traded Fund·상장지수펀드)와 인공지능이 화두다. ETF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수연동형 펀드, 즉 인덱스펀드의 일종으로 시장 효율성에 근거한 대표적 패시브펀드로 분류된다. 현재 6000여종의 ETF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된다.

미국의 상위 500개 상장기업이 2000년대 초반 기술주 버블과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주주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못했다.
이 결과 펀드매니저들의 편향된 의견에 기반해서 평균보다 우월한 성적을 꾀하는 액티브펀드의 입지가 저하됐다. 반면 분산투자와 매입보유(Buy-and-hold)로 장기적 안정을 선호하는 패시브펀드는 현재 미국 자산시장의 29%를 차지한다. 2024년엔 액티브펀드를 추월할 기세다. 인덱스펀드의 개척자인 뱅가드와 거대 자산운영사인 블랙록이 선두주자에 오른 이유도 이 점에 근거한다.

현재 미국에선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이름으로 상위 증권 자산관리기업들이 인공지능에 근거한 신상품으로 자산배분을 제공하고 있다. 평소 시장 효율성을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는 필자로선 ETF의 성장과 컴퓨터 도입은 긍정적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시브펀드와 인공지능의 역기능도 있다. 100억달러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에이크만은 인덱스펀드에 버블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거대 투자자본이 패시브펀드에 유입되면서 인덱스에 포함된 주식만이 상대적으로 내재가치를 넘어서 버블을 초래하며, 전체 시장의 거시적 관점에서 자산배분 편중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액티브펀드의 대명사인 헤지펀드 매니저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동성이 낮고 투명성이 부족한 변형 ETF(Exotic ETF) 유입과 국내 코스피200, 레버리지ETF 등 특정 종목에만 편중돼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거래대금의 75%를 차지한다니 우려가 된다.

인공지능도 검증이 필요하다. 컴퓨터 알고리즘이라는 게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복잡한 경제현상을 컴퓨터로 분석해 실수가 잦은 인간의 판단능력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겠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반드시 양질의 데이터는 아니다. 가치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간단하지만 예리한 판단능력이 모든 변수를 종합한 알고리즘보다 효율적일수 있다.

상충하는 데이터가 입력됐을 때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진화하는 컴퓨터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대체한다지만, 아직은 초창기로 보인다. 컴퓨터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미래를 추정하지만 경제와 시장이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만은 아니다. 휴먼 터치, 곧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월가는 아이비리그 출신을 포함한 인재들이 수익이라는 동기 부여를 안고 모여드는 곳이다. 그들의 창의적 선진 금융 아이디어가 과연 순기능만 있는지, 국내 여건에 순응하는지, 정부와 학계의 끊임없는 견제가 필요하다. 모든 아이디어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7~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 모기지담보증권도 기본 아이디어는 순기능적이었다. 자산유동성이 높고 타 자산과의 상관계수가 낮은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월가의 지나친 악용으로 글로벌 위기를 초래했다. 과하면 탈이 날 수 있다. 현명한 투자는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이하진 美 텍사스주립대 재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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