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북핵, 이제 어찌할 것인가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7 17:20

수정 2017.09.07 17:20

[데스크 칼럼] 북핵, 이제 어찌할 것인가

"북한은 풀을 뜯어먹을지언정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한 말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에 집착한다. 핵이 있으면 어떤 나라도 감히 넘보지 못해 체제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혹 있을지 모르는 내부 변고 시에도 핵은 외세 개입을 막고 김씨 일가의 정권과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완전히 고도화하는 데 성공하기 전까지는 절대 핵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수소폭탄 실험 성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이제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체연료화나 대기권 궤도진입 기술만 정밀화하면 사실상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표준화라는 핵무력 고도화를 달성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까운 핵탄두를 왜 낭비하겠는가.

핵무력 고도화를 달성하면 북한은 비핵화 대신 핵실험 중단과 동결 카드로 협상을 제의하며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 할 것이다. 동결이란 현재의 핵.미사일 무기를 용인하고 추가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금지하는 것을 뜻하는데, 동결이 길어지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비핵화라는 비현실적 목표를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은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명시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북한의 핵보유를 실체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본토 공격 협박을 받으면서까지 한국에 핵전력을 지원하는 확장억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 북의 핵위협에 미국 본토가 위협받아 미국 정부가 북한을 선제공격하려고 할 때 과연 한국의 사전승인을 받으려 할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문제는 북한 핵무력에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한반도운전자론'으로 대화를 촉구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기배치, 독자적 대북재제,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폐지, 3축 체계 조기구축 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한의 핵을 전부 막아낼 수 없다.

그래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포의 균형'을 통한 평화유지를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거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북한 핵보다 앞마당의 미국 전술핵이 낫다는 주장이다. 전술핵을 미국과 공동관리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운용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에서 비핵화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재래식 무기로 경쟁하던 과거와는 판이 전혀 다르다. 안보에 진보, 보수가 어디에 있나. 효과적 외교에는 일관된 행동과 메시지가 중요하다.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외교정책 기조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지니고 있으라."(Speak softly, carry a big stick.)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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