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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돌발악재에… 존재감 위협받는 통일펀드

남건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4 18:15

수정 2017.09.04 18:15

올해 10% 중반 수익률에도 매도 지속… 설정액 332억
투자자들의 무관심으로 애물단지 신세가 된 통일 펀드가 북핵 리스크라는 돌발 악재까지 불거지자 앞으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초 남북관계 개선이나 통일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통일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10% 중반을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우수한 수익률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통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통일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3.23%를 기록했다. 펀드별로 보면 신영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의 펀드 성적이 두드러졌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플러스[자](주식)S형'과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주식)A'는 올해 각각 16.70%, 16.6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자](주식)A'도 14.67%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같이 견조한 수익률에 반해 환매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통일 펀드에서는 37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1년 동안 투자자들은 56억원 규모의 통일 펀드를 팔아치웠다. 지난 1일 기준 통일 펀드의 총 설정액이 33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통일이라는 이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 통일 펀드가 처음 설정됐을 때만 해도 박근혜 정부의 '통일은 대박이다'로 인해 통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지만, 정부 차원의 통일 이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당시 투자했던 사람들이 수익을 찾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대두되는 북한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통일 펀드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북한에서 군사적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통일 펀드와 바로 연결되진 않는다"며 "통일 펀드는 통일을 대비해 향후 전망이 좋은 국내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포지션을 한 번에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향후 통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나 중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연루돼 있는 상황이라 통일이라는 주제가 과거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운 테마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통일 펀드는 통일이라는 미래 상황에 대비해 종목의 성장 가능성을 본다는 사실을 고려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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