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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차 핵실험 후폭풍] '핵보유국' 노리는 북한의 폭주, 금융시장 넘어 실물경제까지 위협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4 17:47

수정 2017.09.04 21:51

北 6차 핵실험 … 경제 거센 후폭풍
코스피 하룻새 28P 빠져 원.달러 환율은 10원 급등
불안감에 안전자산 찾아.. 하루 20개 팔리던 '실버바' 오전에만 194개나 팔려
국방부 제공
국방부 제공

대북 무력시위 … 공군.육군 미사일 합동훈련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4일 새벽 공군 및 육군 미사일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합동훈련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 목표지점을 향해 실시됐는데, 군은 목표지점에 사격을 실시해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F-15K 전투기가 동해안에서 사거리 270㎞인 슬램-ER 장거리 공대지 정밀유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위쪽)과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가 발사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대북 무력시위 … 공군.육군 미사일 합동훈련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4일 새벽 공군 및 육군 미사일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합동훈련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 목표지점을 향해 실시됐는데, 군은 목표지점에 사격을 실시해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F-15K 전투기가 동해안에서 사거리 270㎞인 슬램-ER 장거리 공대지 정밀유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위쪽)과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가 발사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北 6차 핵실험 후폭풍] '핵보유국' 노리는 북한의 폭주, 금융시장 넘어 실물경제까지 위협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예상대로 금융시장에 강한 충격을 줬다. 4일 코스피지수는 1% 이상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했다.
'서민 귀금속'으로 불리는 실버바 판매도 급증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한국 경제에 짙은 불안감을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군사적 행동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외국자본 이탈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했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번 북핵 실험은 핵탄두 소형화 성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과 관련이 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감안해 거시금융회의, 실물경제 확대점검회의를 갖고 북핵 실험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날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받게 되면 지금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며 "한국 기업 역시 국내에 투자를 꺼려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이날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8.04포인트(1.19%) 급락한 2329.65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11.1포인트(1.68%) 내린 650.89에 거래를 마쳤다. 북한 핵실험 여파를 우려한 개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34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15.23까지 오르며 전거래일 대비 14% 뛰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 예측하는 지표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bp(1bp=0.01%포인트) 뛰었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국가부도 위험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종가는 전거래일보다 10.2원(0.91%) 상승한 1133원으로 집계됐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급등했다. 이날 KRX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g당 830원(1.74%) 오른 4만8400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는 평소 하루 평균 20개 정도 팔리던 1㎏ 단위 실버바가 이날 오전에만 194개나 팔렸다고 밝혔다.

KB증권 장재철 연구원은 "한.미.일의 압박에 대해 북한이 추가 도발의 강도를 높인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또한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 10월까지 논의될 미국의 재정정책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변동성을 추가로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되면 한국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하고 외국인투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투자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성 교수는 "소비심리 위축도 문제지만 실물 부문에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진다"며 "지정학적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내 투자는 축소되고 이는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이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가안보 문제는 국가 신용등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북핵 문제는 우리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일단 자본유출이 가장 크게 우려되고 이후 실물경제까지 영향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유발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이 한국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에는 과거처럼 일시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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