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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이 전시]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亞 첫 회고전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19:52

수정 2017.08.28 19:52

타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온 작가.. 그가 표현한 한국인들의 '소원'은
[yes+ 이 전시]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亞 첫 회고전

스위스 바젤 쿤스트뮤지엄 전면에서 상영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2006년
스위스 바젤 쿤스트뮤지엄 전면에서 상영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2006년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이상적 사회를 꿈꿔온 백범 김구 선생. '백범일지' 말미에 그가 적은 '나의 소원'에 매료된 유럽의 작가가 있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 폴란드 난민 출신으로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중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온 보디츠코는 대형 건축물의 정면 출입구인 파사드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왔다. 일본 히로시마 원폭 돔 건물 아래 강둑에 원폭 피해자들의 손을 영상으로 쏘아올린 '히로시마 프로젝션', 미국과의 접경지역인 멕시코의 국경도시 티후아나의 미술관 정면에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얼굴을 투사한 '티후아나 프로젝션' 등을 선보이며 사회의 주요 담론을 선도해왔다.

그리고 올해 보디츠코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눈을 돌린 작품을 선보였다. 바로 '나의 소원'이다.
서울 효창공원에 자리잡은 백범 김구의 동상과 같은 백색의 대형 조각물 위에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 해고노동자로 공장이 아닌 거리에 섰던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새로운 삶을 찾아온 탈북예술가, 소외된 노인, 그리고 평범한 20대 청년들의 인터뷰 영상이 랩핑되는 작품이다.

"수많은 한국의 위인 중 어떤 사람을 대표적으로 내세워 작업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세종대왕도 고민했지만 착한 군주도 왕이기에 민주사회에 어울리지 않고 이순신 장군도 군인이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효창공원에 있는 김구 선생의 동상을 보고 그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디츠코는 김구의 '나의 소원'을 접한 후 그가 꿈꾸던 이상적 사회에 대한 기대에 이끌렸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5월부터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목소리를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거기에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에 몰려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사회의 변화가 이뤄지는 광장 속 대화와 담론을 작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겹쳤다.
김구의 소원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소원이 겹쳐지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그는 밝혔다. 어둠이 가득한 전시실 한가운데 동상을 계속 바라보면 김구의 좌상에 비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리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가 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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