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학교 가기 싫다던 맏딸, 정문에서 사라진지 38년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1 16:40

수정 2017.08.21 16:40

38년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맏딸이 어느 날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어려운 형편에 맞벌이를 하던 어머니는 딸을 억지로 학교에 보낸 뒤 일터로 향했다. 하지만 등교한 줄로만 알았던 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날 이후 어머니는 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21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서경희씨(당시 9세·여)가 사라진 것은 1979년 11월 5일. 경기 부천시 중동에 살던 경희씨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부천 범박동(당시 신앙촌) 모 초등학교에 다녔다.

평소 별다른 문제 없이 학교에 다니던 경희씨는 그날따라 아침부터 어머니에게 ‘학교에 안 가면 안 되냐, 엄마 옆에 있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 수차례에 걸쳐 경희씨가 억지를 부리자 어머니는 직접 딸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다.
어머니는 경희씨가 학교 정문에 들어가는 것을 본 뒤에야 안심하고 일터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이 어머니와 딸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경희씨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담임교사도 경희씨가 출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날 경찰에 신고했지만 소용 없었다. 방송의 도움도 받고 DNA 채취를 통해 유전자검사도 했지만 경희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38년이 지났고 경희씨의 부모도 몸이 불편해지면서 이제는 경희씨와 10살 차이가 나는 넷째 딸 순남씨가 대신해서 언니를 찾고 있다. 순남씨는 “당시 경희 언니가 삼남매 중 첫째였다. 나하고 남동생은 언니가 사라진 이후에 태어났다”며 “경희 언니가 말을 좀 더듬었다고는 들었는데 다른 문제는 전혀 없었다.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순남씨는 “언니가 실종된 지 1~2년이 지난 어느 날 경기 의정부 모 고아원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연락이 왔는데 엄마가 살기 힘들어서 가보지 못했다”며 “당시는 고아원에서도 아이를 잘 보여주지 않을 때였는데 그래도 엄마는 그때 못 가본 게 평생의 한이 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순남씨와 가족들은 여전히 경희씨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남은 단서는 어릴 적 찍은 흑백사진 한 장 뿐이어서 47세가 됐을 언니와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디엔가 살아있을 언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순남씨는 “언니 얼굴이라고 보고 싶다는 엄마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울컥해진다”며 “언니 얼굴을 잊어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얼굴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희씨는 당시 키 135㎝, 체중 27㎏에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빨간색 점퍼와 빨간색 바지를 입고 노란색 바탕에 흰색이 들어간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빨간색 가방도 메고 있었다.

1979년 11월 5일 경기 부천시 범박동(당시 신앙촌)에서 사라진 서경희씨(당시 9세·여)./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79년 11월 5일 경기 부천시 범박동(당시 신앙촌)에서 사라진 서경희씨(당시 9세·여)./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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