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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부동산 불패론에 일격 가해...'심리전', 文대통령 기자회견 경제분야 숨은 키워드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7:04

수정 2017.08.17 18:10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이뤄진 기자회견 경제분야에서 '부동산', '증세', '탈원전' 등 3가지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추가적인 강경책을 예고하면서 시장과 '심리전'에 초점을 뒀으며, 추가 증세 문제에 대해선 현재는 아니나 장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놨다. 현재 공론화위원회에서 운명을 결정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속도조절론'을 제시, 설득의 화법을 구사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분야 발언 속에 담긴 '숨은 키워드'에 대해 짚어봤다.

■부동산 불패론과 8~9월 大戰 불사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를 보인다면 더 강한 대책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추가적인 강경 대책을 예고하고 나선 건 현재는 소강상태에 머물고 있으나 여전히 팽배한 한국사회의 '부동산 필패론'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규제라는 규제는 거의 모두 쓸어담은 '8.2 부동산대책'이 나온지 보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머니 속에 더 강력한 대책이 있다"고 밝힌 건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일전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일종의 '심리전'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근저엔 규제의 약발이 다하게 되면 종국엔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다가 부동산 가격만을 올려놓은 참여정부때의 악몽을 떠올리며 '노무현 시즌2'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나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부동산 필패론에 지속적으로 심리적 충격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즉각적인 추가 대책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세가 대폭 줄어든 반면 집을 팔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의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어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은 '주거 복지'를 위한 공간이지 결코 투기·투자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도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 담긴 기본 철학이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심리전은 투기세력과의 일전 뿐만 아니라 주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다. 정책 이상의 경제주체들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거 복지'의 개념을 언급하며, "서민이나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구할 수 있는 주거 복지 정책을 펼치겠다"며 "젊은 층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많은 정책을 준비 중이고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정책 역시 병행돼야 할 부분이다.

■추가 증세 가능성 열어놔
부동산 보유세와 마찬가지로 추가 증세 역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재분배와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마련 등을 위해 추가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공론이 모인다면, 또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세법개정을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로 '핀셋 증세'를 했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 증세가 '살아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사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내각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의 증세 주장으로 '증세 논의' 자체는 물꼬가 터진 상황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상 공공 일자리 81만개, 탈핵,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은 178조원이다.

그러나 증세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문 대통령과 내각이 직접 총대를 메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과거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최초의 대한민국 장기 복지국가 비전으로 불릴만한 '비전2030'이 '세금폭탄' 프레임에 걸리며 단번에 추락한 것을 목도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세금을) 저도 올려보지 못하고, '돈이 이만큼 필요할 것입니다'라고 계산서를 내놓았다가 박살나게 또 맞고 물러난다"고 한탄했다. 지난 6월 경유세 논란이 불거지자 허겁지겁 "증세는 없다"고 덮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증세 자체가 경제적 분제를 넘어 사회·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진 못해도 민주당을 통한 우회 여론 조성은 타진할 만하다. 신중한 접근을 예고한 셈이다.

경제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탈원전' 문제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급격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전기요금의 대폭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속도조절론'이란 '설득'의 화법을 구사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근래에 가동된 원전이나 건설 중인 원전은 설계수명이 60년"이라며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려면 60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서도 "제 공약은 백지화하는 것이었으나, 작년 6월 착공 이후 공정이 꽤 이뤄져서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백지화가 옳은지, 공사를 계속할 것인지를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공론조사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따르겠다는 것으로 저는 적절한 과정으로 본다"며 "앞으로 유사한 갈등사례에 대해서도 중요한 해결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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