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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펀드 애물단지 되나… 자금유출 가속화

남건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8:07

수정 2017.08.16 22:08

수익률 회복하면서 차익실현.. 올들어 1900억 넘게 빠져나가
일반펀드와 비교해 특색없어.. 稅혜택 등 투자 유인책 필요
어린이펀드 애물단지 되나… 자금유출 가속화

어린이 펀드에서 연초 이후 19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출되면서 환매폭이 거세다. 투자자들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지속적으로 자금 을 빼내고 있다. 이번 달에도 이미 49억원이 빠져나갔다. 대부분이 주식형인 어린이 펀드는 올해 상승장 영향으로 평균 12%대의 호실적을 거둬 차익 실현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학자금 마련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하는 어린이 펀드가 이렇다 할 세제 혜택이 없어 일반 펀드와 차별점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1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어린이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2.29%를 기록했다.
펀드별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 펀드가 27.80%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약 15%인 올해 코스피지수의 성장률과 비교해 수익률이 비슷하거나 높은 펀드는 조사대상 21개 펀드 중 절반 수준인 9개나 됐다.

견조한 올해 수익률과 달리 자금 유출세는 가파르다. 올해 어린이 펀드에선 지난 14일 기준 총 190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의 주된 이유로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꼽는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난 2~3년 동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는데 올해 수익률이 10% 정도 오르면서 수익을 회복하니까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이 펀드 뿐 만 아니라 다른 주식형 펀드에서도 지수가 오르면서 차익 실현 흐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어린이 펀드가 다른 펀드에 비해 특색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에선 어린이 대상 가입 펀드에 혜택을 줘서 가입을 유도하는데, 한국에선 어린이 펀드 가입자가 받는 세제 혜택이 전혀 없다"며 "그나마 운용사에서 기금을 쌓아 가입 어린이를 대상으로 해외 탐방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차별점이 없는데 이마저도 추첨을 통해 일부 고객만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 대상을 조금 더 넓히는 방향이 낫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SA라는 게 결국 전 국민의 노후 보장 내지는 노후 자산 축적 의미로 접근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가입 대상을 지금보다 넓게 만들어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것이 괜찮다고 본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어린이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영역까지도 ISA가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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