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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委, 자문기구로 위상 축소되나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8:05

수정 2017.08.16 21:56

과기정통부, 국무회의서 의결.. 민간위원 25명.정부 5명.. 장관 15명서 4명으로 줄어
총리급 위원장도 불투명.. 실질적 정책 기능 약화 우려
4차 산업혁명委, 자문기구로 위상 축소되나

전 세계적 4차 산업혁명 조류에 대응해 대통령 직속 총리급 조직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두고,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규제를 개선하고 주요 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촉진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중앙부처 장관 15명 이상이 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계와는 달리 5개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들로 위원회가 구성된 데다 총리급 위원장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결국 정부 모든 부처가 참여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던 계획이 구호로만 남은채 민간 실무위원회로서 정부 자문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경우 다양한 산업의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해 신시장을 창출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처 간 협력과 업무조정이 필수다. 이 때문에 각 부처 장관들이 위원회에 들어와 장벽을 허물고 부처 간에 상충하는 규제를 정리하고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빠른 속도로 수행해야 하는데 일단 베일을 벗은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이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형태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민간전문가 대부분…정책조정 기능 상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 분야 전문가로 최대 25명의 민간위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 4개 부처 장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등 5명의 정부위원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 도래로 나타날 경제.사회 전반의 총체적 변화에 대비해 민관이 함께 논의해 국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다.

과기정통부는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민간 주도의 혁신을 통해 국가시스템에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 정부는 민간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민간위원은 젊고 혁신적 사고를 가진 사람을 대거 참여시킬 계획이다. 다만 각 부처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부위원이 아닌 부처도 관련안건 논의 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대통령이 위촉한 민간전문가 1인이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간사를 맡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의결된 대통령령 제정안을 공포하고 민간위원 선임, 지원단 구성에 관한 관계부처 협의 등 후속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3.4분기 중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각계 전문가 "구호만 남아" 우려

이날 베일을 벗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장 위상에 대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데다 위원으로 참여하는 중앙부처 장관 수도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당초 안에는 전체 30명의 위원 중 절반을 중앙부처 장관 등 정부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었던 것이 수정안에는 5명만 정부위원으로 하고 25명은 민간에서 위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의 위상은 대통령이 정하기 나름인데, 단순한 자문기구에 그치지 않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생산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당초 국정기획위원회는 위원장에 총리급 위상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과기정통부 등 4개 부처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등 5명 정부위원이 포함되는 데 그쳤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정치계 인사도 "당초 4차산업혁명위 설치 규정안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위원장을 총리급으로 인선하겠다는 방침과 전 부처 장관이 모두 위원으로 들어가는 내용 등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면서 결국 국무회의 의결이 연기됐다"며 "결국 수정안에 따르면 위원회 구성에 힘이 많이 빠진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육성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만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며 "그런데 위원회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민간 전문가로 대부분 채워진다고 하니 실질적 정책 추진을 하는 조직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위원회'로서 구호만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서영준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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