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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확산] '적합판정 계란' 하루만에 판매 재개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41

수정 2017.08.16 21:48

'살충제 계란' 파장.. 남양주 이어 철원서도 검출
4곳은 비펜트린 기준 초과.. 6개 농장 중 5곳이 친환경
정부 "기준치 이하라도 폐기"
"안심하고 드세요" 정부가 살충제 계란 검사 결과 적합판정을 받은 대형 산란계 농장에 대해 출하를 허용하며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중단한 지 하루 만에 16일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서울 청계산로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왼쪽)과 김병문 농협유통대표가 날계란을 먹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안심하고 드세요" 정부가 살충제 계란 검사 결과 적합판정을 받은 대형 산란계 농장에 대해 출하를 허용하며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중단한 지 하루 만에 16일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서울 청계산로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왼쪽)과 김병문 농협유통대표가 날계란을 먹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닭에 써서는 안 되는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된 이른바 '살충제 계란'이 강원 철원의 농장 1곳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아울러 기준치 이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살충제인 비펜트린을 기준을 초과해 사용한 4개 농가도 있었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의 유통경로를 확인해 모든 살충제 계란을 회수.폐기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16일 파문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소비자의 우려와 달리 살충제 계란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농협 하나로마트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철원 농장서 또 검출…문제농장 6곳 중 5곳이 '친환경농장'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검사대상 산란계 농가 1239개 중 1013곳(81%)에 대해 시료 채취를 완료했다. 시료를 채취한 1013개 농가 중 검사를 완료한 245개 농가(16일 오후 4시 기준) 검사 결과 산란계 5만5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강원 철원의 농장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당 0.056㎎이 검출됐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피프로닐 기준이 ㎏당 0.02㎎으로, 이 농장에서 검출된 피프로닐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0.056㎎이다. 피프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살충제로, 벼룩과 진드기 등을 없애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피프로닐에 노출되면 보통 경련과 떨림이 나타나며 장기간 노출이 반복될 경우 병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는 익혀 먹으면 안전한 반면 피프로닐은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아 더 위험하다. 단, 1~2주일이면 몸에서 빠져나간다.

이날 철원에서 피프로닐이 추가로 검출되면서 이른바 '살충제 계란' 농장은 앞서 14일 첫 번째로 검출된 경기 남양주 농장(8만마리)에 이어 두 곳으로 늘었다. 또 경기 양주 농장(2만3000마리)과 충남 천안(35만3000마리), 전남 나주(8만3000마리)에선 다른 살충제 비펜트린이 허용기준치(0.01㎎)를 초과해 검출됐다. 비펜트린 검출 농장은 앞선 경기 광주 농장까지 모두 4곳이다.

문제는 이들 6곳의 농장 중 양주 농장 1곳을 제외한 5곳이 모두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농장'이란 점이다. 정부는 이들 농가에 대해 6개월간 친환경인증 표시를 못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살충제가 검출된 이들 농장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이들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의 유통·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08마리.09지현.08LSH.08신선농장.13정화.11시온' 식용금지

그러나 철원 농장의 피프로닐 사용시점에 따라 살충제 계란이 이미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실제 지난 14일 피프로닐이 처음 검출된 남양주 농장의 계란은 이미 16만개 이상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농장에서 피프로닐을 확인한 것은 14일로, 해당 농장주가 지난 6일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를 한 차례 사용했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8일간 16만개(해당 농장 일평균 생산량 2만1000개)가 넘는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다.

현재 소비자들이 살충제 계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껍데기에 표시된 번호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서울 01, 경기도 08처럼 껍데기엔 생산지와 생산농가의 이름 등이 표시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피프로닐이 검출된 남양주 농장 계란은 '08-마리', 철원 농장 계란은 '09-지현'이다. 또 비펜트린이 검출된 계란의 번호는 '08-LSH(남양주)' '08-신선농장(양주)' '13-정화(천안)' '11-시온(나주)'이다. 껍데기에 이 번호가 적혀 있는 계란은 절대 먹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정부에선 (피프로닐이) 기준치 이하가 나왔을지라도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회수.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김 장관은 "17일까지 전수조사를 100% 완료, 18일부턴 계란이 제대로 유통되도록 하겠다"며 "16일 밤 현지조사를 통해 (살충제 계란) 중간유통상 4곳을 알아냈고 식약처에 통보, 추적조사 관리하고 있다. 안전성이 확보된 계란만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날 적합 판정을 받은 241개 농장(공급물량 25%)에서 생산된 계란은 즉시 유통을 허용키로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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