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가 만든 성차별 '성교육 자료'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35

수정 2017.08.16 17:35

남자는 적극.독립.폭력적… 여자는 소심.의존적.얌전…
2015년 교육부 제작 '성교육 표준안' 논란 끊이지 않아
성별 고정관념.성역할 편견 많아… 일선 교사들도 불만
그림 카드를 통해 성폭력의 주체는 '남자'라는 편견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 내용.
그림 카드를 통해 성폭력의 주체는 '남자'라는 편견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 내용.

교육부가 발행하는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표준안)의 성차별적 요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표준안이 학생들의 장기적인 성관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교육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교사가 성교육 수업에 사용한 표준안은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포하고 해당 교육청은 관할 초.중.고에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원안대로 배부하고 있다. 표준안은 지난 2015년부터 제작됐다.

■성 강요행위 주체 '남성'으로

16일 표준안과 초등성평등연구회가 온라인을 통해 고발한 내용에 따르면 초등학생 교사용 표준안 지도서에는 남녀 차이점이나 성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이 상당수다.

우선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서술한 부분이다.
표준안에는 남자가 '적극적이다. 독립적이다. 의리가 있다. 폭력적이다' 여자는 '소심하다. 의존적이다. 애교가 많다. 얌전하다'는 식의 표현이 다수다. 또 표준안에 '상대방의 입장이 될 수 있는 능력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공감지수가 높다'고 기술돼 있다. 성폭력 주체는 '남자'라는 편견도 반영하고 있다. 성적 강요 행동을 가르치는 단원 내 4장의 그림카드에서 성적 강요를 하는 4명의 주체는 모두 남자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성기를 건드리거나 나이 든 남성이 여자아이를 억지로 껴안으려고 하는 것 등이다.

여성의 몸보다는 출산과정에 초점을 맞추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표준안에는 '임신의 신체적 변화보다는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도록 한다'거나 '산모의 고통보다는 생명탄생의 위대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돼 있다. 이 같은 성차별적 내용 때문에 초등성평등연구회 측은 "성교육 표준안 만큼 성별 이분법적, 성차별적 서술이 심각한 교과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표준안 발행 2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성차별적 관점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다 표준안을 토대로 교사 직무연수과정이 여전히 진행되고 관련 공문도 계속 내려와 교사들 불만이 쌓이고 있다.

■차이보다는 '개인의 특성' 강조해야

대구의 한 초등교사 김모씨(28.여)는 "개인의 특성을 성별에 따른 차이점으로 단정짓는 문화나 교육이 '마초문화' 등을 재생산하는 셈"이라며 "학생들이 요즘도 '너는 여자니까 가정부 역할 맡아'라거나 '난 남자니까 울면 안 된다'는 등 성고정 관념이 섞인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우리 문화가 남녀 특성을 단정지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성별로 특성을 구분하기 보다 한 개인으로서 특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 중인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부장은 "표준안이 당시 출산 장려정책과 맞물리면서 이성간의 결혼, 출산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며 "'남녀'나 '이성'을 강조하기보다 '또래' '개성' 등 개별적인 주체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변신원 교수는 "성기를 두고 차이를 말할 수 있지만 성격 등에 대한 차이점을 말하면 안 된다"며 "성별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실현하는 개인들의 성격차이 등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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