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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읽기 쉽게 풀어놓은 노벨경제학상 이론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19

수정 2017.08.16 17:19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폴 크루그먼 / 창해
[책을 읽읍시다] 읽기 쉽게 풀어놓은 노벨경제학상 이론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의 핵심이론을 담은 책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하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린 저자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저서는 국내 20여종 번역됐지만 정작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한 핵심이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 선호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무역 패턴과 경제할동의 지리적 분포를 설명한 '지리경제학'이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벨기에 루벵가톨릭대학에서 강연한 것을 엮어 펴낸 것이다. 당시 30대 후반의 나이인 그는 지리경제학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상황이었고, 50대 중반에 노벨상을 가져다준 이론적 업적을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강연을 했다.
그 때문에 이 책이 그의 이론적 체계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책으로 꼽힌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에 대해 먼저 말한다. 경제지리학은 '공간에서의 생산 입지', 즉 상호 관련성 속에서 일들이 발생하는 장소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저자의 연구 성과들은 우선 학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학계에 규모의 경제와 불완전 경쟁 그리고 공간과 수송비를 중시하는 새로운 조류를 탄생하게 했다. 그의 이론은 새로운 무역이론으로 기존의 국제경제학과 비견되는 선도적인 학문 분야다. 국제경제학에 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공간에서 발생하게 마련인 수송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불완전 경쟁을 반영하는 산업 내 무역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저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를 기존의 경제지리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발전시켜온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연구 분야를 경제지리학과는 구별되는 '지리경제학'으로 부르고 있다. 크루그먼 이후 그의 이론이 계승·발전되면서 새로운 학문인 지리경제학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지리경제학이라는 이론이 생소한 것은 아직 관련 전문가 집단이 탄탄하게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리경제학을 소개하는 첫 책이자 입문서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지리경제학이라는 생소한 이론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입문서인 만큼 쉬운 사례와 표현을 사용했지만, 당초 경제학 지식을 갖춘 청중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좌를 묶어 출간한 책이어서 일정 수준의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반 독자를 위해 50여쪽에 달하는 긴 해설을 붙이고, 본문에도 경제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많은 역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높였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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