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작가들에게 기회 주는것에 감사해라" 공공기관이 예술인들 열정페이 강요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7:31

수정 2017.08.16 12:01

인-대구 미디어파사드 참가 작가 여러명에 고작 몇백만원
대구예술회관 "예산 부족" ..문체부 "기준안 마련 추진"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인-대구 미디어파사드 2017'에 참가한 일부 작가들이 열정페이를 요구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행사 포스터에 담긴 작품 중 하나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인-대구 미디어파사드 2017'에 참가한 일부 작가들이 열정페이를 요구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행사 포스터에 담긴 작품 중 하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부터 열정페이 등 부당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6개 분야 29종의 표준계약서를 개발, 보급했으나 여전히 예술.문화계 현장에서는 열정페이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열정페이 근절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예술작가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예술계 고질적 문제"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시 산하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예술과 흥미, 감동이 어우러진 한여름 밤의 빛 축제를 취지로 13~15일 '인-대구 미디어파사드 2017'을 진행했다. 미디어파사드는 외벽 또는 구조물에 LED 조명을 비추는 형태로, 영상과 사운드를 가미한 영상쇼를 말한다.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정작 참가한 일부 작가들은 홀대를 받고 있다며 대구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A 작가는 "일반 전시는 작품을 빌려 행사를 치르면 끝이지만 미디어파사드는 외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작업이어서 공간에 맞춰 새로 창작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따라서 인건비, 교통비, 음원사용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데 주최 측은 '작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만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행사에서는 작업비 1700만원을 받았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300만원에 그쳤고 젊은 작가들은 몇백만원을 받아 여러 명이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시급도 안 되는데 공공기관에서 이러니 사기업이 작가들 대우를 해주겠나"고 토로했다.

다른 작가는 "이른바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 도입 후에도 예술인들 생활은 별로 바뀐 게 없다"며 "처음에는 공공기관이 일감을 주는 것만 해도 고마웠으나 처우가 열악하면 결국 생활이 안되는만큼 고착화된 이런 문제가 이제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작가도 "그동안 웬만큼 저가 급여를 감수한채 작업한 적이 많지만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산 부족"… 문체부 "개선안 추진"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관련 예산이 부족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인-대구 미디어 파사드는 전문성 있는 작가 초빙은 물론, 신진작가들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게 첨단 미디어 아트의 면모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라며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작가들에게 만족할 만큼 제작비를 지급 못해 죄송하고 내년도 예산편성 때는 증액해 작가와 충분한 협의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예술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열정페이가 아닌 제대로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문화예술인들에게 맞는 제도를 마련해 일이 없을 때는 적절하게 실업급여를 받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 역시 예술계 곳곳에서 만연한 열정페이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인복지법은 열정페이, 임금 미지급, 불공정계약 강요 등을 불공정행위로 보고 위반 사례 신고를 받고 시정조치도 하고 있으나 이를 개편해 더 강화할 계획"이라며 "예술인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추진과 함께 정부가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계 현장에서 재료비나 기획비로 통합계약하고 인건비는 따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작가 인건비와 관련된 최소 기준안을 마련, 국공립미술관에서 시범 운영중이고 올 연말 평가한 뒤 정식 도입 여부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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