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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윤대희 前 국무조정실장 "증세 없는 복지확대, 정직하지 못해.. 국민적 합의 이끌어내야 증세 가능"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7:25

수정 2017.08.15 17:25

증세를 이야기 하기전에 복지수준에 대한 논의 먼저
민간의 미국 네트워크 활용.. 한.미 FTA 문제 해결해야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동안의 정책 및 경제 현안점검을 위해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에서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동안의 정책 및 경제 현안점검을 위해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에서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복지 수준에 대해 정치권에서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증세는 이런 작업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 역시 민간의 자원을 잘 활용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즈음 지난 11일 만난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이하 장관)은 증세, 소득주도 성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부동산대책, 저출산.고령화 등 현 정부의 단기 현안뿐 아니라 중장기 한국 경제에 미칠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다.

윤대희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서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기여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맡은 이력으로 자연스럽게 새 정부 탄생에 참여했다. 특히 당시 경제수석을 1년 넘게 맡아 한·미 FTA, 비전 2030 수립, 행정도시 추진 등을 주도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에 대한 평가는.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방향은 좋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비를 늘려야 한다. 생산, 수출,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에서 뒤지지 않지만 내수(소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낮다.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이것이 경제의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혁신성장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이 기반이 돼야 한다. 이름만 다를 뿐이지 역대 정부 모두 이를 중요시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정부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이 지속 가능한가.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아졌다. 대기업 쪽으로 가는 몫은 커졌다.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이지만 산업 구조가 바뀌어 소용이 없다. 대기업 투자는 사람 안 쓰는 투자이고 중화학, 자동차, 조선 산업도 예전만큼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도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정부가 이제 중심이 돼 재정지출도 늘리면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법인세, 소득세 최고 구간 신설 및 증세가 있었다. 증세에 대한 견해는.

▲증세 논의에 앞서 우리나라 복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부담·중복지' '고부담·고복지' 등 어느 수준의 복지를 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담론으로 제기해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복지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정부가 주체가 돼 정치권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진념 부총리 시절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중요한 개혁과제를 해결한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강봉균 장관도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참석한 '건전재정포럼'에서 40년 동안 바뀌지 않은 부가가치세 2%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증세를 통해 마련한 복지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분야는.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계층이 많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이동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중산층에서 떨어진 사람이 다시 중산층으로 올라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정부가 복지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여성·노인 복지에 대한 지출도 늘려야 한다. 이들에 대한 복지는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견해는.

▲한.미 FTA 협상은 청와대 경제수석일 때 모든 것을 지켜봤다. 단순히 경제문제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또 미국 역시 한.미 FTA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여론을 민간 차원에서 조성해야 한다. 무역협회, 한미재계회의 등 민간단체의 미국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특히 한.미 FTA로 이득을 보는 미국의 산업은 농업, 금융, 제약, 특허, 미디어 등이다. 따라서 한.미 FTA가 크게 훼손될 경우 이들 산업에 불이익이 크다는 것을 우리 측 관련 인사들이 이들과 대화를 통해 적극 설명하는 등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을 옆에서 도와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생각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완화정책을 폈는데 이로부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과 경기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부담이 되는 정책은 아주 조심히 펼쳐야 한다. 성장률을 갖고 평가를 받으니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LTV·DTI를 도입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바탕이 됐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막대한 재정투입, 이민정책으로 출산율을 높였다. 여성들이 출산하고 경력단절 없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펴야 한다.
또 뿌리가 같은 조선족, 고려인들의 이민을 대거 수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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