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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中 해상 원전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7:13

수정 2017.08.15 17:13

에너지 자원을 향한 중국의 '식탐'은 세계적으로 소문이 나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전기 등 각종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굴뚝산업'이 번창하면서다. '세계의 공장'이란 이름값을 통과의례인 양 치른 건가. 내전 중인 아프리카 남수단 유전 개발에 무려 20조원 넘게 투자해 물린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중국이 이제 원전 강국으로 부상할 참이다. 남중국해에서 해상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그 징후다. 해상 원전은 원자로를 탑재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띄워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3일 중국핵에너지전력 등 4개사가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공동출자한 회사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200㎿ 규모의 해상 원전이 2020년 가동되면 세계 첫 사례다.

이 부유식 원전의 입지가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등 영유권 분쟁지역이라는 게 문제다.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중국은 주변국의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공해인 남중국해의 90% 수역에 9개의 직선, 즉 구단선을 그어놓고 중국해라고 우기는 마당이다. 이 해역에 건설한 인공섬과 군사기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효과를 노릴 듯싶다.

이는 우리에게도 낭보는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은 서해와 면한 해안선을 따라 수십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 중이다. 냉각수 확보를 위해 물이 부족한 내륙 대신 해안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대재앙으로 번진 까닭이 뭔가. 쓰나미로 바닷물이 원자로를 덮치는 바람에 냉각장치가 작동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해상 원전 건설 소식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던진 셈이다.
생각해 보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의 부유식 원전이 서해나 보하이만에서 운용된다면. 만일 작은 사고라도 나면 우리는 후쿠시마 사태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어찌 보면 우리만의 탈원전 못잖게 시급한 게 한.중 원전 안전협력체계 구축일 게다.
원전기술이 한 수 위인 우리가 대중 원자력 외교를 적극화해야 할 시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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