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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북핵위기가 촉발한 무역전쟁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7:13

수정 2017.08.15 17:13

[차장칼럼] 북핵위기가 촉발한 무역전쟁

과연 전쟁이 임박한 것일까.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성공한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의 거친 발언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최근까지도 북한은 "서울 불바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를 북한의 관용어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세계를 경악하게 한 것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소형 핵탄두 개발 소식에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마주할 것"이라고 말해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트위터에는 "조준과 장전이 완료됐다(locked and loaded)"며 사실상 선전포고성 메시지를 내보냈다. 북한 역시 "화성 12호로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에 들어갔다"며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세계 곳곳에서는 강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양측의 말싸움이 실제 물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힘의 균형 면에서 미국과 북한은 비교 가능한 대상이 아니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바탕으로 미국 국무부는 현재도 170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다. 현재 어떤 국가도 선제공격만으로는 보복타격을 가하는 미국의 막대한 물리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마침내 핵 보유국에 가까워졌지만 선제공격만으로는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미사일 성공률이 높아질수록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는 있다.

미국이 자국 방어를 위해 선제공격을 가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만만치 않다. 자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한국은 물론이고 주변 우방국인 일본 등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절차가 우선이다. '세계의 경찰'을 표방하는 나라로서 무엇보다 선제공격을 위한 명분이 부족하다. 여전히 군사옵션을 제외하고도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통상법 '301조'는 그래서 핵탄두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사실상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원하기만 하면 대상국가의 해당 업종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태를 조사할 수 있고, 보복조치 또한 가능하다. 우리나라 역시 1989년 농산물 부문에서, 1997년에는 자동차 부문에서 이 301조 적용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를 개시하면서 301조 발동을 고려 중이다. 북한을 효과적으로 압박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크지만 대중 무역적자 또한 막대한 미국 입장에선 북한을 빌미로 꽃놀이패를 쥔 격이다. 중국이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미국의 무역보복이 어디까지 갈지가 세계의 관심사다.
어쩌면 미국이 조준하고 장전한 상태로 노리고 있는 것은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뿐 아니라 대미흑자를 보고 있는 주변국가들의 대차대조표인지 모른다. 그 타깃에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포함돼 있다.
트럼프의 거친 언행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런 부분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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