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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복지 등에 5년간 178兆 필요.. 소득세 등 ‘보편적 증세’ 숙제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7:07

수정 2017.08.16 09:11

증세 통한 재원 확보
82兆 세금으로 채운다지만 가계부채 등 위험요소 산적.. 절반이 안 내는 근소세도 문제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숙제는 복지확대 등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다.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5년간 17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작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근로소득세 납부 대상의 절반 가까운 이들이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소수의 고소득층에만 적용되는 세율개편을 세법개정안에 담으면서 국책연구원조차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돈' 어디서 마련하나

앞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178조원 중 82조6000억원은 세금으로 확보하고 정부 지출을 줄여 95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82조6000억원에서 이번 세법개정안 세수효과를 제외한 나머지 약 60조원은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세법개정에 따른 연간 세수증대는 5조4651억원으로 추정된다.
서민 세부담은 8167억원 줄고 고소득자와 대기업 부담은 6조2683억원 늘어난다.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5년간 누적 2조9000억원 세수가 줄고, 고소득자.대기업은 26조4000억원 늘어난다. 5년간 23조6000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내년 소득세를 중심으로 전년도 대비 9223억원의 세수가 늘어나고, 2019년에는 법인세 증세 효과가 더해지면서 무려 5조1662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중후반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전년도 대비 각각 4556억원, 2892억원가량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세수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2016~2020년 국세수입 전망을 보면, 국세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을 정부안(4.5%)에 비해 낮은 3.9%로 추산했다. "최근 세수실적 개선이 경기적 요인보다는 자산시장 호조 등 일시적 요인"이라는 게 예정처의 분석이다.

현재 세수 호조를 견인하고 있는 자산시장 효과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가계부채 부실위험, 주택공급과잉 우려 탓에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보편적 증세가 대안"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에선 개인소득세에 대한 증세안이 빠지면서 국책연구기관에서까지 저소득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계층에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조세 격차는 2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0위였다. 조세 격차는 인건비 중에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표로 나타낸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득세 및 사회보장비 부담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범위 축소 문제와 무관치 않다. 2015년 기준 근소세 납부 대상은 모두 1733만명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명(46.8%)이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영국(5.9%), 일본(15.4%), 호주(25.1%), 캐나다(33.5%), 미국(35.8%) 등 다른 선진국의 근소세 면세자 비율보다 크게 높다.

저소득층으로 보기 어려운 이가 세금을 안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5년 현재 연소득 3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30.3%, 4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16.2%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
3000만원 초과 소득자 중 면세자는 총 전체 면세자의 10%인 87만명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달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채 발행량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재원 부족액을 적자국채로 마련한다면 내년까지 누적 예상 국채 발행량은 1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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