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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이후, 얼어버린 부동산시장] "손님은 없고, 간 보는 전화만…" 공인중개업소 깊어지는 속앓이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5 16:52

수정 2017.08.15 16:52

부동산중개소 개점휴업..서울 거래절벽에 일손 끊겨
[8·2대책 이후, 얼어버린 부동산시장] "손님은 없고, 간 보는 전화만…" 공인중개업소 깊어지는 속앓이

"매일 아침 9시에 나와 밤10시 넘어서까지 사무실에 있지만 찾는 사람없이 대책에 대해 묻는 전화밖에 안옵니다. 차라리 당분간은 사무실에 안나오고 전화응대만 할까 고민중이에요" (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업소)

정부의 8.2대책 발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면서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자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6.19 대책이 나온 뒤에는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적극적으로 매매시장에 뛰어들어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바빴지만 이번 대책 발표 이후에는 이들간 치열한 눈치싸움만 벌어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거래고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휴가철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중개업소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4일 기준 8월 아파트 거래량은 7829건이다. 지난 6월(1만4418건).7월(1만4802건) 거래량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줄었다.
휴가철.여름철 주택시장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1만2000여건을 넘은 지난해 8월 아파트 거래량과 비교해보면 5000여건가까이 준 셈이다.

특히 규제가 집중된 서울 강남구와 강동구.송파구 등 강남4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 분위기라는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구 지난 6.7월 거래량은 각각 1000여건을 훌쩍 넘어섰지만 이달에는 700여건에 불과하다. 송파구는 지난 7월 거래량이 1078건에 달했지만 이달 596건을 기록하면서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

서울 강남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6.19대책은 단순 위협만 주는 수류탄급이었다면 8.2대책은 핵폭탄급이라는게 실감난다"면서 "사람 구경 하기가 힘들다. 투기수요 잡으려다 우리(중개업소) 먼저 잡겠다"라고 푸념했다.

서울 송파구 일대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책 발표 직후부터 시장 분위기나 가격 추이만 묻는 소위 '간'만 보는 전화만 걸려온다"며 "예전에는 아파트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거래도 활발히 이뤄졌는데 이번 대책으로 오피스텔까지 규제대상이 돼 시장이 더 위축된 모습"이라고 했다. 평소 6시에 중개업소 문을 닫지만 최근에는 거래고객이 없어 4~5시에 문을 닫고, 휴대전화만 갖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일대 L중개업소 관계자도 "현금이 아주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면 섣불리 매도를 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라 가끔 매수 의사를 묻는 분들이 찾아와도 물건이 없어서 못판다"면서 "집값이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커서인지 일부 고객들은 매일매일 시장동향만 체크하는 수준이다. 혹시몰라 여름휴가를 다녀올까말까 고민했는데 괜한 기우였다"고 했다.


그나마 서울 강남권보다 집값이 저평가되고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아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 거래가 꾸준했던 강북권도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거래고객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개편된 제도 적용 범위와 시기가 제각각이다보니 업무에 혼선을 빚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협회 회원은 물론 일반 시민 중에서도 이번 대책과 관련된 내용을 협회에 묻는 분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8.2대책이 큰 틀에서만 소개됐을 뿐 관련 부처도 많고 세부기준도 다양하다보니 사례마다 일괄적으로 설명하고 적용하기가 난감하다"고 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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