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르포] 강산이 변한다던 10년… 현대차, 사막에 초록을 꽃 피웠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3 17:43

수정 2017.08.13 17:43

현대車, 中 네이멍구 생태복원 현장
현대그린존 사업 10년, 바닥 드러낸 호수가 녹지로
5년 단위 계획 실천… 글로벌 사회공헌의 새 이정표
중국 네이멍구에서 지난 8일 실시된 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봉사단원들이 알칼리성 소금 사막 바닥에서 방풍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에서 지난 8일 실시된 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봉사단원들이 알칼리성 소금 사막 바닥에서 방풍작업을 하고 있다.

【 네이멍구(중국)=조창원 특파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현대차가 중국 내에서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생태복원 프로젝트인 '현대그린존' 사업이 10년을 맞았다. 걷잡을 수 없이 사막화돼가는 네이멍구 일부 지역에 푸른 녹지가 서서히 자리잡아 가는 도전의 역사 현장을 찾았다.

지난 7일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정란치의 보샤오테노르(호수) 지역에 위치한 '현대그린존 Ⅱ' 프로젝트 사업현장을 향해 7시간의 버스 여정에 나섰다. 본부 캠프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또다시 트럭을 타고 비포장도로를 30여분 달려 세기의 역사가 펼쳐지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싱그러운 초원을 가로질러 도착한 봉사현장에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화로 황폐화된 호수 바닥만 보였다.

■사막을 녹지로 만든 10년의 대역사

봉사팀이 도착해 맡은 이번 미션은 다년생 풀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40㎝ 정도의 마른 나뭇가지로 기다란 방풍막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현대차와 이번 사업을 함께해온 사단법인 에코피스아시아 박상호 소장은 "거센 바람과 갑작스러운 폭우 탓에 애써 심은 다년생 풀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작업이 바로 방풍림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사막화 현상으로 허허벌판을 드러낸 호수 바닥에 모인 봉사자들은 미리 쌓아둔 마른 나뭇가지들을 봉사현장으로 나른 뒤 일일이 얇게 쪼갠 뒤 모랫바닥에 촘촘히 박기 시작했다. 자녀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주부 엄희원씨는 "말로만 듣던 사막화 현장에 직접 와보니 참담한 상황에 매우 놀랐다"며 "과연 작은 손길이 모여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녹지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후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런 행사에 참여하게 된 걸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봉사팀이 방풍막을 설치하고 있는 옆 부분에는 예전 봉사단이 작업을 완료한 녹지들이 곳곳에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세웠던 방풍막들은 비바람이 할퀴고 지나간 탓인지 대부분 소실돼 있었다. 다행히 방풍막의 도움으로 일부 풀들이 푸른 빛깔을 띤채 살아남아 있었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14년 시작해 2018년까지 5년 동안 여의도 12배 크기에 해당하는 4000만㎡(약 1200만평) 규모의 초지를 조성하는 2기 작업이다. 이에 앞서 1기 사업은 지난 2008년 시작해 2013년까지 6년여간 인근 호수지역내 5000만㎡(약 1500만평)에 달하는 지역에서 시작해 녹지로 변모하고 있다.

■글로벌 CSR 새 이정표로 자리매김

올해로 10년을 맞은 네이멍구 사막화방지사업은 내년이 2기 사업 마지막 해를 맞게 된다.

현대차의 사막화방지사업은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교과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수익이냐 사회공헌이냐는 기업미션의 갈림길 속에서 현대차가 장기간에 걸쳐 보여준 사막화방지사업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CSR 사업의 결실이 확연히 나타나진 않았지만 일부 초지가 만들어진 것과 현지 환경에 맞게 갈대숲을 조성하고 효율적인 장비동원을 시작한 점 등은 실패와 도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펼쳐도 1∼2년 정도의 자금지원과 인력동원 프로그램에 그치지만 현대차는 5년 단위의 담대한 계획 아래 묵묵히 이번 사업을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사회과학원이 실시한 CSR 활동 평가에서 3년 연속 자동차기업 1위에 선정됐다. 전체 순위는 지난 2014년 17위에서 3위로 급상승했다.

외부의 평가 외에도 현대차 스스로도 글로벌 기업다운 저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실 녹지조성사업은 거센 황사와 폭우 그리고 영하의 기나긴 추위 탓에 1년에 3개월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알칼리성 소금 사막에 심은 풀들이 살아남으리란 보장도 데이터도 없이 10년을 달려온 셈이다.

일반적으로 CSR 행사가 상업적 마케팅 논리로 변질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업이 추구해야 할 CSR 가치를 보여줬다는 점도 수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패 속에서 성공의 길을 찾는 도전정신으로 장기간의 CSR 행보를 보여온 결과 소기의 성과들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현지 소비자에게 생색내기용 봉사가 아니라 환경보호와 미래세대를 위한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진정성으로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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