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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의 눈] 허울뿐인 운전면허 적성검사, ‘신체검사비 5,000원’ 적정한가?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2 09:00

수정 2017.08.12 09:00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A(34)씨는 지난 6월 생애 처음으로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강남면허시험장을 찾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렸지만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A씨의 적성검사는 우려와 달리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음주운전, 고령운전자 사고 등 운전면허 갱신이 강화된다는 소식에 긴장했던 A씨의 마음도 어느새 편해졌다.

운전면허 갱신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1종 보통 면허 소시자는 운전면허시험장에 비치된 적성검사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체검사를 받으면 끝난다. 2종 면허 소지자는 신체검사나 건강 진단서 없이 질병 보유 여부만 적어내면 갱신할 수 있다.


신청서를 살펴보면, 앞장에는 증명사진을 부착하고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쓰며, 뒷장에는 질병·신체에 관한 신고서를 작성한다. 문제는 치매, 정신분열병, 뇌전증 등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한 부분을 응시자가 직접 작성하는 부분이다. 허위로 작성해도 운전면허를 갱신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A씨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시험장 내에 있는 신체검사실을 찾았다. 신체검사는 시력검사, 관절 검사 (앉았다 일어나기, 주먹 쥐었다 펴기), 청약 검사 등으로 이뤄졌다.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A씨는 신체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사원은 A씨의 시력만 검사하고 통과 도장을 찍어줬다. A씨는 검사를 잘 마쳤다는 안도감보다는 황당했다. 앞서 검사를 받았던 중년 남성은 절차대로 하더니 A씨의 검사는 허술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렇게 검사를 할 것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시간 내서 방문까지 해야 되나 화가 났다”며 “신체검사비 5,000원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검사를 다르게 할 것이라면 신체검사비도 차등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A씨의 사례처럼 운전면허 적성 검사 때 받는 신체검사는 특별한 병력이나 신체적 장애가 보이지 않으면 시력검사만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안 하느니만 못한 허울뿐인 검사인 것이다. 법률에 따라 적성검사를 하고 있지만 귀찮아서 대충 하고, 돈은 벌고 싶으니 억지로 하는 꼴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소지자는 총 38,771,300명이다. 남성이 24,480,077명으로 여성(14,291,223명)보다 약 1,000만 명이 더 많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인구수 51,744,948명이다. 성인이 된 국민 대다수가 면허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격증일지라도 운전면허 갱신에 대해서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운전면허 갱신을 지금처럼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진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지불한 금액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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