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yes+ Health] 지금 당장 물 한 잔 드세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0 20:26

수정 2017.08.10 20:26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탈수
호흡.땀.대변.소변 등으로 성인 평균 하루 2.5L 수분 배출 
목 마르지 않아도 수시로 물 2L 정도 섭취해야 
운동 전후.중간엔 과하다 싶게 마시고 소금이나 당분 함량 높은 음료는 금물 
이뇨작용하는 커피.맥주 즐긴다면 물 더 마셔야 
더운 날이나 운동을 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땀은 체온조절과 체내의 불순물 제거를 위한 생리현상 중의 하나이다.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10일 "더운 날이나 운동을 할 때 수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많은 양의 땀을 흘려 탈수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분 손실이 커지면 어지럼증, 근육 경련, 정신 혼란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인 10명 중 3명, 수분 부족

사람의 체온은 섭씨 37도 정도로 유지돼야 한다. 체온이 올라가면 땀을 통해 열을 내보낸다. 땀은 99%가 물이고 염화나트륨, 젖산, 포도당 등이 섞여 있다.
성인은 보통 하루에 850~900㎖의 땀을 흘린다.

하지만 땀을 과도하게 흘릴 땐 체내 수분 감소로 인한 탈수 및 전해질의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은 대부분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체중의 3분의 2는 수분으로 돼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체온이 증가하고 땀이 많이 배출되면 탈수증상이 일어나기 쉽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호흡.땀.소변.대변으로 배출하는 수분의 양은 하루 약 2.5L이다. 그러므로 몸 속 수분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2L는 섭취해 줘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물 섭취에 소홀한 편이다.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천성수 교수팀이 2015년 한 해 동안 삼육서울병원 종합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수검자 중 혈중 요소질소(BUN), 크레아티닌(Cr) 검진항목이 포함된 성인 남녀 2249명을 대상으로 탈수 상태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BUN 대 Cr 비율이 10∼20대 1이면 정상, BUN 대 Cr 비율이 20이상 대 1이면 탈수 상태로 분류했다. 그 결과 여성의 탈수 비율은 28.7%로 남성(9.5%)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나이가 들수록 탈수 비율이 높았다. 남성의 탈수는 20대(6.3%), 30대(4.4%), 40대(8%), 50대(11%), 60대(14%), 70대 이상(19.2%) 순이었다. 여성도 20대(13.2%), 30대(22.8%), 40대(21.7%), 50대(37.1%), 60대(42.6%), 70대 이상(43.2%)이었다. 천 교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기본적인 체액 유지와 관련된 인체의 신호반응이 둔화되기 때문"이라며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젊은이보다 갈증은 덜 느끼지만 탈수는 더 빠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탈수는 기분과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전해질 불균형이 지속되면 신장에 부담을 줘 신부전을 일으킨다. 또 탈수가 만성화되면 대장암, 방광암, 만성신장질환, 요석증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수분량 2%만 줄어도 갈증 발생

우리 몸은 총 수분량의 2%만 줄어도 갈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대략 4%가 손실되면 피로를 느끼게 되고 12%가 손실되면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다. 20% 이상 감소하게 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수분 섭취량보다 배출량이 많을 때 탈수 현상이 나타난다. 탈수 현상의 첫 단계는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이 때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만성 탈수로 이어지기 쉽다. 가벼운 탈수 상태에 익숙해지면 입이 마르는 데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소변을 보는 횟수와 양이 줄어들거나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는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색이 평소보다 탁해도 문제가 된다.

특히 야외활동을 할 때는 탈수예방을 위해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목이 많이 마르지 않아도 탈수가 심할 수 있기 때문에 갈증 여부와 상관없이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을 마실 때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셔서는 안 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혈액의 농도가 급속하게 낮아져 뇌부종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게다가 호흡중추가 눌리면 숨을 못 쉬는 물 중독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목 마를 때 소금 섭취는 금물

운동을 할 때도 체온이 증가하고 땀 배출이 늘어난다. 땀 배출이 과하게 되면 인체는 피부로 공급되는 혈류를 감소시켜 땀 배출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적절한 수분 보충 없이 운동을 계속하면 다시 체온은 증가하고 땀 배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또 땀을 많이 흘리면 운동 및 체중감량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해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땀복을 입기도 한다. 이 때 땀이 잘 증발되지 않아 체온이 상승하고 탈수가 심해진다. 체중 감량은 일시적 탈수 현상으로 물을 마시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온다.

운동을 할 때는 두시간 전에 500~600ml의 물을 마시고, 운동 15분 전에 500ml의 수분을 다시 섭취한다. 운동 중에는 10~15분마다 120~150ml의 물을 마시면 적어도 탈수량의 50%는 보충이 가능하다. 운동 전, 중, 후 과하다 싶을 만큼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물과 이온 음료의 체내 흡수 속도는 비슷하다. 물을 마셔도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수분이 공급된다. 보통 한시간 이내의 운동을 할 때는 물만 마셔도 된다. 하지만 한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수분과 함께 전해질 및 칼로리 보충을 위해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게 조금 낫다. 하지만 콜라나 주스 같은 당분 함량이 높은 음료는 체내 흡수가 느리기 때문에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땀을 흘리면 소금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땀을 흘리게 되면 체내 염분 농도는 오히려 평소보다 높아진다. 여기에 소금을 더 먹게 되면 염분 농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또 섭취된 소금을 장에서 흡수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수분이 위와 장으로 집중되므로 탈수가 더 심해진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소금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이외에도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 이뇨 작용을 촉진시켜 체내의 수분을 배출하므로 이 때는 수분 섭취를 늘려줘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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