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레저]

‘하태핫태’ 남산 밑 해방촌 빠삭하게 알려드립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0 18:23 수정 : 2017.08.10 22:29

‘낡음과 낯섦의 골목길’ 해방촌을 가다 
줄서서 먹는 피자집, 노을 보이는 고깃집 어디부터 가볼까요

남산타워가 올려다보이는 서울 용산동 해방촌길이 '포스트 경리단길'로 불리며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해질녘이면 골목길마다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사진=조용철 기자

골목에 얽힌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우리 삶과 밀접하면서도 그동안 개발의 그림자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연금술사와 금세공사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은 체코 프라하의 '황금소로', 황량하던 공장지대를 세련된 뉴욕의 대표 이미지로 탈바꿈시킨 영화 '대부'의 촬영지 브루클린 '덤보', 그리스 산토리니의 좁은 골목 등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면 수많은 사연을 가진 골목들이 있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북쪽, 용산동 일대는 '해방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온 해외동포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형성됐던 해방촌은 비교적 최근까지 서민들의 주거지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스트 경리단길'이라고 불리며 이태원의 새로운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펍(Pub), 개성있는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벽화와 조형물로 꾸며진 예술마을도 색다른 볼거리다.
서울의 옛 주택가 모습과 이국적이면서도 예술적인 풍경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매력을 머금고 있다. 수제버거를 한입 베어물고 골목길을 산책하고 남산 야경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즐기거나 버팔로윙과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이곳만의 재미를 느껴보자.
좁은 공간 속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것도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가게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조차도 덥수룩한 수염이 매력적인 이국인이라 여기가 해외인지 잠시 의심을 품게 된다. 하지만 가게에서 다시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면 여긴 분명 해방촌이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경리단길로 통하는 지하도를 무시하고 지나치면 한신아파트와 항아리가게 사이로 해방촌길이 시작된다.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해방촌 지역에 살던 외국인들을 위한 수제버거 가게가 삼삼오오 들어선 직후부터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

한신아파트 옆 마을버스 2번 종점에서 한 정거장만 더가면 수제버거를 파는 가게가 몰려 있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수제버거를 찾아온 여행객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해방촌길의 시작점인 항아리가게 앞
해방촌길 골목에 그려진 아름다운 벽화

해방촌은 평일이나 주말을 구분할 필요 없이 여유와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땅거미가 진 이후 이곳 가게들은 뉴욕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카페 안 테이블이나 테라스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맥주를 음미하기에 더없이 좋다. 여기에다 해방촌길 언덕 위에 들어선 전망 좋은 루프탑 바(Bar)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적이다.

최근 해방촌은 맛집을 찾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외국인들이 많은 만큼 이국적인 식당이 많다. 이 식당들은 외국인들의 향수를 달래줄 뿐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는 다양한 맛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방촌은 초입부터 고기 굽는 냄새 등으로 지나가는 손님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해방촌의 랜드마크인 고바우슈퍼 앞 삼거리에 자리한 '보니스 피자펍'. 가게 앞에서는 계단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뉴질랜드 스타일로 구성된 스포츠 펍으로 크로킷 경기나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엔 온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함께 즐긴다. 보니스 피자펍엔 80여가지 세계 맥주가 준비돼 있다. 무엇을 마실지 고민된다면 주인이 직접 제작해 테이블 위에 놓은 '비어 바이블'을 참고하면 된다. 세계 각지의 맥주 맛과 특징이 자세히 적혀있어 맥주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니스 피자펍' 내부
보니스 피자펍에서 맛볼 수 있는 반반피자
고바우슈퍼 앞 '보니스피자펍'에서 외국인이 피자를 굽고 있다.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캠핑 컴퍼니'
해방촌길을 걷다가 캠핑장에서 바비큐를 해먹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캠핑컴퍼니'를 찾아갔다. 내부로 들어가니 통나무를 활용해 구성한 인테리어와 그릇 하나하나에도 캠핑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테라스에선 남산타워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누구나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 캠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릴 때 집안 거실에서 텐트를 치고 잤던 기억은 웃음짓게 만든다. 가족여행 또는 친구들끼리 떠나는 캠핑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열대야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지만 캠핑온 듯한 기분을 내며 먹는 삼겹살은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든다. 회사 동료,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조합을 이룬 고객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는다. 얼핏보면 정말 캠핑장에 있는 것 같다. 고기가 익어가면서 나는 은은한 숯불 향기와 테이블마다 넘쳐나는 웃음소리는 캠핑장의 분위기를 빼다박았다. 캠핑컴퍼니의 하이라이트는 갈치 속젓 쌈장이다. 고기를 갈치 속젓에 콕 찍어먹어도 좋지만 갈치 속젓 종지를 불판에 올려 자글자글 끓인 뒤 고기를 찍어먹으면 그 맛이 환상적이다.

해방촌1231고깃집 옥상카페 벽화
독립서점인 스토리지 북앤필름. 여행 에세이와 사진 관련 책들이 많다.

루프탑 카페와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방촌1231고깃집'도 유명하다. 해방촌1231고깃집은 감성넘치는 예쁜 루프탑카페는 아니지만 해방촌 맨 위에 위치해 있어 탁트인 전망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음식점 이외에도 옥상카페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전망대엔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귀여운 벽화가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어우러진다. 특히 땅거미가 지는 저녁에 붉은 노을이 지는 해방촌의 전경도 일품이다.

식사를 마친 뒤엔 '해방촌의 예술카페'로 불리는 '르 카페(Le Cafe)'도 가보자. 커피콩 볶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면서 어느 순간 이끌리듯 가게로 들어서게 된다. 고즈넉해보이는 르카페는 이 동네에선 몇 안되는 직접 커피를 볶아 판매하는 로스터리 카페다. 카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분위기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마감을 시멘트로 한 벽면엔 빈티지 스타일의 유화가 자리 잡고 있다. 커피 한잔과 함께 빈티지한 테이블과 로스팅 기계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방촌의 예술카페로 불리는 '르 카페'

르카페의 커피는 매일 직접 로스팅한 신선한 유기농 원두를 사용한다. 그 자리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갈아서 준다. 가게 규모가 작다보니 실내에는 항상 커피향이 가득하다.
기교가 섞이거나 진한 향을 내는 커피보다는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부드러운 맛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해방촌 홍보물도 비치해놓고 있어 해방촌 문화행사나 각종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가로운 평일 오후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스폰서 콘텐츠

AD
Loading... 댓글로딩중입니다